[김화진 칼럼] 공정경제3법 급하지 않다
[김화진 칼럼] 공정경제3법 급하지 않다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10.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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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대학에서 오랫동안 기업지배구조를 공부하고 강의한 사람이 하는 말로는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단 하나의 요인에 불과하다. 더구나 기술개발, 인재양성, 글로벌 영업망 구축 등에 비하면 중요성 순위가 뒤로 밀린다. ‘나쁜’ 지배구조 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삼성그룹의 경영실적이 이를 가장 잘 말해준다.

시장과 주주들은 기업의 역량을 전체로 비교하고 판단한다. 소비자와 투자자는 지배구조가 나쁜 것으로 유명한 회사라 해도 이상하게 물건을 잘 만들고 잘 팔아서 주가가 높게 유지되면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 기업지배구조는 고객으로서의 내 효익과 투자자로서 내가 돈 버는데 영향을 미치는 한도 내에서만 중요하다. 회장이 누가 되는지 사외이사가 독립성이 있는지 등등의 문제에는 생각보다 그리 큰 관심이 없다.

국내에서는 나쁜 지배구조의 한 상징인 복수의결권 주식이 좋은 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복수의결권제도에 근거해 창업자들이 가지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고 있는데도 잘 경영되고 있다. 스웨덴의 발렌베리그룹은 국민들의 존경까지 받는다. 즉, 시장은 이 회사들의 전체적 평가에 비해 지배구조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미국에서 기업을 공개할 때 복수의결권제도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8.9%를 보유한 창업자 오너와 그 측근들이 영구집권할 수 있는 특이한 구조를 생각해 냈다. 심지어는 투자설명서에 “이사회는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기업지배구조 역사에 전무후무한 경고문을 버젓이 넣었다. 경악한 학계와 전문기관들은 당연히 최악의 지배구조라고 경고했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은 그를 대수롭지 않게 보았고 알리바바의 기업공개는 성공했다. 많은 학자들에게 기업지배구조 연구 그만하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그러면 정치권과 정부는 왜 기업지배구조에 집착할까. 그 이유는 정치적 이념을 기업의 경영질서에도 투사하고 싶어해서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정의, 형평 등의 관념이 기업의 경영에도 적용되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상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설령 규제로 인해 기업의 실적이 저하되는 한이 있어도 정치적 이념의 정립이 가져오는 사회적 가치의 향상이 그를 상쇄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도 있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재벌의 나쁜 행실이 세상에 알려질 때의 해악은 작지 않다. 그러나 반복하자면, 다른 요인들이 그를 상쇄하면 기업의 실적은 좋을 수 있고 그로써 경제적,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다.

정치권이 대기업의 기업지배구조에 보기에 따라 과도하게 집착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한 나라의 경제적 자산을 분배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기업의 지배구조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이해관계와도 관련되어 있어서 정치권에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내용이 좋은 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공정경제3법’ 논의도 이 맥락에서 보면 이해된다. 역사상 기업들이 어렵다고 하지 않은 시기가 없기는 했지만 코로나 상황은 그야말로 전대미문이다. 우리는 선방하고 있지만 교역상대방인 미국과 유럽은 초비상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정말로 어렵다. 하필 이때 기업들이 손사래를 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정치 외에는 찾기 어렵다. 법안의 내용 중에는 도입이 필요한 것들도 있다. 그러나 화급한 것은 없어 보인다. 국민들이 모든 것을 일단 뒤로 미루고 인내하는 지금 정치 일정을 의식하지 않고 논의를 보류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