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① 김혜수 "'내가죽던날', 내 상처·고통 감추고 시작할 수 없던 영화"
[N인터뷰]① 김혜수 "'내가죽던날', 내 상처·고통 감추고 시작할 수 없던 영화"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11.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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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김혜수가 '운명'처럼 끌렸던 영화로 돌아왔다.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솔직할 수 있었느냐가 제게 가장 큰 관건"이라고 고백한 김혜수. 그는 한때 악몽을 꿨던 자신의 경험담에 대해 가감없이 털어놓는가 하면, "내가 강인한지 모르겠고 나약할 때가 더 많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고백을 나눈 김혜수와 '내가 죽던 날'에 운명처럼 끌리게 됐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봤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주연 김혜수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다.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에서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았다. 현수는 자신이 믿어왔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순간 한 소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맡아 그의 흔적을 추적해간다. 이후 그는 어딘지 모르게 자신과 닮은 소녀에게 점점 몰입하게 되고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에 다가갈수록 점차 자신의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 '타짜' '도둑들' '차이나타운' '굿바이 싱글' 뿐만 아니라 드라마 '하이에나' '시그널' '직장의 신' 등 매 작품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연기력과 흥행력을 인정받았다. '시그널'에 이어 또 한 번 형사 역할에 도전, 사건 이면의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집요한 모습은 물론, 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린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리얼하게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이하 김혜수와 나눈 일문일답.

-이 영화에 왜 출연했나.


▶영화 '국가부도의 날' 촬영을 마치고 나서 시나리오를 보게 됐다. 제가 촬영 중에는 촬영하고 있던 시나리오 말고 다른 걸 안 본다. 다 끝나고 나면 새 시나리오를 보는데 하필이면 쌓인 시나리오 제일 위에 '내가 죽던 날'이 있었다. 제목이 '내가 죽던 날'인데 그 제목으로 확 줌인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 해야 하나?' 기분이 이상했다. 읽어보니 나와 상황이 다른데 내 얘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연기가 힘들고 그런 생각은 안 들고 '그거 그냥 해야겠다' 그 생각이 있었던 거다.

-신인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이 신인이고 장편 데뷔하는데 신인감독과 하면 활력이 되는 것도 있지만 어려움들이 있다. 글이 좋을 경우에는 그 감독의 전작, 단편까지 다 봤다. 이번에 그걸 건너뛰었다. 그 정도로 너무 글이 좋았다. 그리고나서 스태프가 투입되면서 '나 이번엔 확인 안하고 했네' 했다. 솔직하게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뭐에 이끌리듯이 했던 거다.

-어떤 부분에서 마음이 갔나.

▶정말 마음이 좀 많이 갔던 것 같다. 영화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 영화가 우리 마음이 담겨서 참 다행이더라. 책으로 봤을 때는 너무 좋은 시나리오였다. 투자가 되기 쉽지 않긴 했다. 결과적으로 희망을 애기하지만 과정이 어둡고 아프고, 지난하게 느껴진다. 영화 전반적으로 굉장히 가라앉아있다. 스펙터클한 영상들을 보시는 관객들이 많으시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그런 판단을 하기 쉽지 않은, 어떻게 보면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영화 함께 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많은 관객과 나누면서 수익구조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했다. 그래서 우린 '정말 제대로 해야 한다, 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했다. 우리끼리는 막연한 믿음 같은 게 있었다. 이 영화를 반드시 해내자, 제대로 해내자 그게 최종, 최대 목표였던 것 같다.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 당시 '악몽을 꿨다'는 이야기와 좌절감을 느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기도 했다.

▶작품 얘길 하다 보면 보통은 배우의 사적인 경험을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은 모든 인물들의 시작이 상처, 절망, 고통의 정점에서 시작한다. 그 캐릭터를 마주해야 하는 제 스스로가 어느 정도 선을 잡아야 하는지 그런 고민이 있었다. 현수의 실제 캐릭터는 조금 더 살아있는 인물로 만드는 게 편할 때가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또 그런 나의 얘기들을 했던 것 같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극 중 인물보다 김혜수가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게 제게는 큰, 무게감 있는 숙제였다. 그래서 개인이 드러나는 것을 무의식으로 배제하려던 게 있었다. 이번엔 그런 것에서 자유로웠다. 어떤 인물에서 근접하려면, 내가 나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야 했고 나의 상처나 고통 이런 걸 감추고 시작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그래서 너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극 중 현수에 개인적인 경험을 투영해갔던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영화 전체를 제 경험으로 좌지우지할 수 없지만 제안을 많이 했다. 시나리오 처음 볼 때 느꼈던 것 처럼 처절한 바닥에 있는 현수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을 한 거다. 극 중 대사에서 '잠을 못자' '그런데 약을 먹고 여기가 어딘가 하면서 깬다' '반복적으로 꾸는 악몽이 있다'는 이런 대사는 제가 직접 쓴 거다. 실제 제가 늘 같은 꿈을 꾼 시기가 있었다. 심리적으로 죽은 상태인가보다 했다. 그게 진짜 그랬다. 꿈을 꿀때마다 제가 보이는데 (내가) 죽은지 오래된 것 같더라. 그게 무섭거나 한 게 아니라 꿈에서 내가 엎드려 있는데 '누가 좀 치워주지' '아무도 모르나' 그런 생각을 했다. '날 보고 있으면 치워주지' 그 생각을 매번 하면서 자다 깨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