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규 의사 2700명 공백 사태…국민 피해 방치할 건가
[기자의 눈] 신규 의사 2700명 공백 사태…국민 피해 방치할 건가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11.1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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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응시대상 의대생의 86%가 치르지 않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지난 10일 조기종료됐다.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의대생들에게 추가 접수 기회를 주면서 실기시험 일정을 20일까지 연장했지만 미응시자, 응시 취소자 등이 계속 생겨 일정을 앞당겨 끝내게 됐다. 2020.11.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이 대규모 미응시 속에 지난 10일 종료됐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엔 2700여명에 달하는 신규 의사 공백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매년 수급되던 3000여명의 신규 의사 중 80%가 넘는 인력의 부족은 곧 국민 불편으로 이어진다.

올해 시험을 치른 의대생들은 내년 1월 필기시험까지 마치면 3월 의사 면허를 받게된다. 의사면허를 받으면 대부분 수련병원에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밟는다.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교육생 신분이면서도, 환자 진료에 참여하는 엄연한 의사다. 이들이 부족하면 의료 현장 불편은 불가피하다. 지난 8월 전공의들의 집단휴진 당시 병원에서는 대학병원 교수가 당직을 서고, 수술이 연기되는 등 진료 현장에서 혼란을 빚었다.

현재도 전공의들은 일반 근로자들의 1.5배가 넘는 주 80시간 근무(실제 현장에서는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를 할 만큼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 의사 수급 부족 문제는 의료 현장에서는 심각하다.

향후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보의제도는 일반의·전공의·전문의 자격을 갖춘 입영 대상자가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면서 군 복무를 대체하는 제도다.

올해 의대생들이 의사국시를 치르지 못하면 당장 내년에는 공보의 3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군의관 수급도 몇 년 뒤에는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르면 연말부터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선보이더라도 국내에선 내년 하반기에나 백신 접종이 가능해 그전까지 의료 역량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반면 선별진료소 현장에서는 의료진의 '번아웃(탈진)'까지 벌어지고 있어 의료인력 수급은 시급하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공정성·국민의 동의'를 들어 추가 시험 여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취재진이 여러차례 '어떻게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를 물어도 구체적인 방법 제시는 없다. 국민 피해가 눈에 뻔하지만 지금 당장의 여론 눈치 보기만 급급하다는 평가다.

물론 복지부 입장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9·4 의정 합의 당시 복지부는 국시 접수기간을 연장했지만, 의대생들이 이를 끝까지 거부한 부분도 있다. 반대 여론이 아직 높은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의사 수급 문제로 벌어지는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고, 이 책임 또한 정부에 있다.

복지부와 의료계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9·4 의정 합의 후 실무협의를 위한 '의정협의체' 구성할 예정이었지만, 의협 측에서 국시 문제 선결을 조건으로 걸어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복지부는 또 11일 의약계 6개 단체와 함께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구성해 보건 의료 현안을 논의하자고 밝혔지만, 의협은 "일대일 대화 회피"라며 참여를 거부했다. '협잡' '변태적 구조'라는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복지부는 다시 복지부-의협 간의 의정협의체는 별도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의협을 향해 재차 의정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다만 최근 정부의 태도 변화는 유의미한 측면이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의대생 국시 재응시와 관련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책임"이라고 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 역시 "정부의 기존 입장은 같지만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의료인 수급 문제에 대해 정부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또 11일 설명자료를 통해 "의협이 참여한다면 당장 내일이라고 의정협의체를 개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내년 1월 필기 시험이 치러진 후, 수련 병원 측에서 인턴 모집 기간을 조금 뒤로 늦춰준다면 2~3월 추가 실기 시험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까지 남은 기간이 많지 않다. 내년 의사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복지부-의료계 모두 '고민'을 넘어선 양보가 필요하다. 더욱이 국민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정부가 여론의 눈치만 보고 몸을 사리는 것은 문제다. 지금은 비난을 받더라도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