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저 좀 살려주세요" 소리없는 절규에 답하라
[기자의 눈] "저 좀 살려주세요" 소리없는 절규에 답하라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12.2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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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하게 만든 혐의를 받는 엄마 A씨가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B양이 부모에게 학대를 받는 것 같다는 의심신고가 3차례나 접수돼 부모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B양은 지난 2월 현재의 부모에게 입양됐다../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연이어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정부가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에만 창녕에서 부모가 쇠사슬로 아이를 묶어 학대한 사건, 16개월 입양아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등이 발생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 역시 현 제도하에서는 또다시 아동 학대로 인한 사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정치권이 말 못하는 학대 아동의 고통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아동학대를 조사하고 판단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2019년 아동학대 발견율을 놓고 보면 미국이나 호주는 9%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3.81%에 그칠 정도로 저조한 편이다.

정부는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10월 1일부터 각 지자체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학대를 조사하도록 했지만, 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배정되지 않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크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대부분 구청에 고작 1~3명 정도만 배치돼 퇴근 후나 주말에도 조사 업무를 보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면 개별 아동학대 사건을 유심히 조사하고 관리하기가 어렵다.

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학대 행위자들이 직장이 있다보니 이들이 퇴근한 후에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조사가 끝나면 자료도 정리해야 해 업무가 과중하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학대 행위자들의 반발이 심해 조사도 못 하고 돌아올 때도 많았다. 공무원들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면 오히려 "마음대로 하라"며 으름장을 놓고 더욱 비협조적으로 나오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공무원 입장에서도 과태료 부과가 실효성이 없었던 모양인지, 서울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10월과 11월에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0'건이었다.

아동복지법 제 71조 2항 7호에 따르면, 관계 공무원이나 전담 공무원이 진행하는 아동학대 조사를 거부하면,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대부분은 해당 법률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여러 번 신고에도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결국 숨진 16개월 입양아가 현 제도하에서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동 학대 조사가 끝나고 학대 판정이 이뤄져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원 가정 분리 조치가 내려져도 쉼터가 부족하다 보니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시설 이곳저곳에 연락해 아이를 받아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 대한민국에서 실제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나 지자체 관계자들은 관련 인력, 시설 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저희도 열심히 노력했는데, 예산을 많이 가져오지 못했네요"라며 씁쓸해했다.

예산을 결정하는 정치인들이 학대 피해 아동의 고통에 귀 기울여주기를 기대하는 건 민주주의 시스템하에서 어쩌면 사치일지 모른다.

학대 피해 아동들은 투표권도 없고 집회도 사실상 열 수 없어 정치권을 압박할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만 1세 미만 아동이 학대 사망의 45.2%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활동을 8년 동안 해왔는데 가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든다"며 "정부가 정말 아이를 보호하고 살리려는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을까.

아이들이 비록 말도 못 하고 투표권도 없고 집회도 열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수천 번 외치고 있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알아야 한다.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