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추미애 법무부' 존재 이유…동부구치소가 묻다
[기자의눈]'추미애 법무부' 존재 이유…동부구치소가 묻다
  • 신평택신문
  • 승인 2021.01.0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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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이 31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법무부 하면 검찰개혁 같은 거대한 이슈나 권위적이고 고상한 면을 연상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법무부의 주요 업무는 국민의 상식을 존중하고,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9일 오전 0시40분, 본인의 페이스북에 28일 늦은 저녁 보호관찰소를 방문한 소감을 썼다. 31일 신년사에서도 그는 "법무부의 주요 업무는 국민의 상식을 존중하고,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국민의 상식을 존중하고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 참 맞는 말이다. 법무부는 '검찰개혁 같은 거대한 이슈'뿐 아니라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서울 동부구치소에선 추 장관의 바람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동부구치소의 4차 전수검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총 981명으로 늘었다. 거의 1000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교정시설 관련 사망자도 2명이다.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는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확진 사례 중 '최악'으로 꼽힐 만하다.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뒤늦은 전수조사로 확진자가 폭증했고, 단일 시설 내 최고 확진자 수를 기록하는 오명을 얻었다.

법무부의 초동 대처는 정말 미흡했다. 과연 매뉴얼은 있었는지, 매뉴얼이 있었다면 제대로 지켰는지 모를 정도다. 그런데도 사태가 생긴 것에 대한 핑계를 대기에 급급했다. 가장 기본적인 '마스크 지급' 조차 "예산 부족"을 탓했다. '뒤늦은 전수조사 논란'에 "서울시와 송파구에 의견을 개진했다"는 변명을 내놓으며 서울시와 공방을 벌인 건 볼썽사납기까지 했다.

추 장관은 밤 늦게 보호관찰소에 가서 생색을 낼 게 아니라 동부구치소부터 방문했어야 했다. 확진자 발생 한 달이 넘어서야 동부구치소를 방문하는 '뒷북'을 때리지 말았어야 했다. 동부구치소에 머무른 시간은 고작 30분. 그 실태를 제대로 점검하고 지시를 내리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다.

법무부는 후임 법무부 장관이 결정되고 나서야 향후 대책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이 시기도 참 애매하다. 지금까지 사태의 책임이 있는 추 장관은 사과의 말 한 마디 없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용구 차관이 "송구하다"고 했지만, 가뜩이나 한참 늦어버린 사과의 주체는 '차관'이 아닌 '장관'이어야 맞았다.

추 장관이 임기 내내 매진해온 사안은 단연 '검찰개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헌정 사상 이래 법무부 장관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다 사용했다. 그럼에도 그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무리한 징계처분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차관 역시 변호사 시절 술에 취해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았던 일로 구설수에 올랐다. 운전 중(혹은 멈춰있는 차 안에서) 폭행을 저지른 사안을 '특가법'으로 처리하지 않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법무부 리더십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건 분명하다.

즉 장관이 '검찰개혁 같은 거대한 이슈'에 온 힘을 집중하고 차관이 구설수에 시달리는 동안 동부구치소에선 통제 불가능한 '아비규환'이 벌어졌던 것이다. 다시 돌이켜보면, 법무부의 두 수장이 나란히 온갖 비판과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는데 동부구치소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건 당연해보이기까지 하다.

추 장관은 끝까지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모양새다. 이 차관의 "송구하다"는 발언도 교정시설에서 2명의 사망자까지 나온 지금, 공허하기 짝이 없다. 후임 장관이 최종 임명되기 전에라도 추 장관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마지막 뒷모습이 '총장 찍어내기에 급급해 코로나19 사태를 방치한 무능한 장관'이 아니었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