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부는 전문가 '경고'를 듣고 있나
[기자의 눈]정부는 전문가 '경고'를 듣고 있나
  • 신평택신문
  • 승인 2021.01.05 0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일 서울역 앞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2021.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전문가를 의미하는 영문자는 'expert'다. '시도하다'는 뜻의 라틴어 'experiri'에서 유래된 영어 단어다. 어원으로 따지면 무언가를 시도한 '경험'이 전문가의 조건인 셈이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 가운데 상당수는 이 조건을 충족했다. 약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1급 감염병인 메르스 박멸과 치료를 시도해 성공한 경험이다.

메르스 환자를 진단한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가 심심치 않은 감염병임을 직감해 경고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어떠했을까. 전문가들의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한 상황이 됐다.

지난해 10월이었다. 방역 당국은 거리두기 방역을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1단계에서는 고위험시설을 제외한 대부분 공간에서 방역수칙이 권고된다. 강제가 아닌 '시민 자율'에 초점을 둔 조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지난 2주 동안 국내 발생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60명 미만으로 줄고, 감염재생산지수도 1 이하로 떨어져 확산세가 억제되고 있다“며 거리두기 하향 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에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들이하기 좋은 '단풍철'이라 언제라도 감염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였다.

실제로 도심에, 백화점에, 관광지에 인파가 몰렸다. '북적'대기 시작했다. 10월31일 핼러윈에는 마치 코로나를 잊은 듯한 젊은이들이 이태원과 홍대 인근으로 발걸음해 불야성을 이뤘다.

아니나 다를까,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했다. 정부는 거리두기 상향을 검토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최소 2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선택은 '1.5단계'였다. 지난해 11월19일 '1.5단계'를 시행했다. 1.5단계는 '모임 금지'보다 '인원 제한'에 방점을 찍은 거리두기다.

중점관리시설인 유흥시설 5종의 '춤추기·좌석 간 이동'이 금지되는 것 등을 제외하면 사업주에게 대부분 인원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5단계는 강제성이 높지 않아 뚜렷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는 감기처럼 겨울에 전파력이 더욱 높아진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생존 기간은 냉동고에서 보통 2달, 냉장고에서 2주 정도"라고 했다.

활동량이 많은 젊은층 감염자가 두드러진 것도 겨울철 거리두기 단계를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하는 충분한 이유였다. 집단감염 가능성이 그만큼 커서다.

된바람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본격 겨울철에 접어들자 코로나는 무서운 기세로 활개 쳤다. 지난달 3일 하루 확진자는 600명대(629명)를 기록하며 '3차 대유행'이 가시화했다.

정부는 다시 거리두기 상향을 검토했고, 전문가들은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3단계에서는 모든 국민이 원칙적으로 집에만 머물러야 한다. 2.5단계는 정부의 앞선 조치보다 격상된 것이지만 권고 사항이 많아 '폭증세' 코로나 방어에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부의 결정은 '2.5단계'였다. 지난달 8일, 2.5단계가 시행됐으나 그 이후 하루 확진자 수는 네자릿수로 급증했다. 연일 1000명대를 돌파하며 최대 확진자 기록도 갈아치웠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영업 악화를 고려해 3단계로 격상하는 데 주저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조차 "2.5단계는 애매하다"며 "짧고 굵게 끝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영업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3단계로 코로나19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 이후 영업활동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3단계'가 영업에 타격을 덜 준다는 판단이었다.

정부는 지난 2일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또다시 '예언성 경고'를 했다. 천은미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말했다.

"영국은 봉쇄 상태에도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동부구치소발(發) 확산세가 큰데, 변이 바이러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백신을 빨리 들여오는 수밖에 없다."

3단계 격상을 포함한 거리두기 단계 조정만으로 확산세를 잠재우기 역부족인 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정부가 백신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경고'에 귀기울이고 있을까. 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해를 맞은 시민들은 이미 지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