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명수 이례적 유임인사, 탄핵발언만큼 위험하다
[기자의 눈] 김명수 이례적 유임인사, 탄핵발언만큼 위험하다
  • 신평택신문
  • 승인 2021.02.1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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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2021.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과거 고등부장 승진제도가 있었을 때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이라는 보직은 판사들에게는 대표적 승진 코스 중에 하나로 여겨졌다.

과거 대법원장들은 큰 사건들이 몰려 사법부 신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의 중요성을 고려해 소위 믿을 만한 엘리트 판사들을 주로 형사합의부에 배치했다. 여기서 '믿을 만한 엘리트' 판사들이란 튀는 판결을 하지 않고 법리나 양형 측면에서 큰 무리수를 두지 않는 판사들을 말한다.

형사합의부는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대법원 입장에서는 사법부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업무 강도가 높은 형사합의부 재판장을 무난히 보냈다면 보상 차원에서 고법부장 승진에서 가산점을 줬다.

그러나 근래 들어 고법부장 승진제도가 없어지고, 법원 사무분담 권한을 법원장이 아닌 판사들로 구성된 법관사무분담위원회가 가지게 되면서 형사합의부 재판장 자리가 대법원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은 과거 대법원이 해왔던 방식이 막히자 다른 방식으로 합의부장 재판장 자리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정사건을 맡은 재판장을 유임시키는 새로운 방식이다.

'울산 선거개입사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 선거법위반 사건' 등을 맡고 있는 김미리 부장판사는 만 3년을 채우고도 또 유임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도 매우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5년을 넘게 근무하게 됐다. 통산 2~3년 주기로 순환근무하는 법원 인사 원칙에서 벗어난 전례가 없는 경우다.

공교롭게도 김미리 부장판사는 웅동학원 채용비리 혐의를 받았던 주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을 공범들보다 형을 낮게 선고해 '봐주기 판결'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윤종섭 부장판사의 경우 임 전 차장이 "편파적 재판을 한다"며 기피신청을 했었다. 과거 양승태 대법원의 탄압을 받았다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이 기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 공정성 시비가 나왔던 윤 부장판사에게 계속 재판을 맡기게 하는 것에 의심 어린 눈초리가 쏠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사건을 맡았던 김세윤 부장판사의 경우 기존 합의부장 근무기한인 2년을 넘겨 3년째 재판을 맡았지만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2년 넘게 합의부장을 하게 된 김 부장판사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때는 뒷말이 없고 오히려 안타까운 시선이 있었던 것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은 구속사건이라 기소 후 6개월 이내 선고를 내려야 하고, 전 국민적 관심이 있던 사안이라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라는 합리적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두 재판부가 맡고 있는 사건은 피고인이 불구속인 상태다. 과문해서인지 유임을 할 특별한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찾을 수가 없다. 김 부장판사의 유임 때와 달리 이번 인사에 대해 의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사실상 원칙을 벗어난 유임 결정을 통해 사실상 특정사건에 대한 재판부 배당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한 것 못지 않게 공정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판사들을 만나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번 인사는 공정하지도, 공정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최근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물의를 빚고 있는 김 대법원장의 '법관 탄핵 발언'에 견줘도 모자라지 않게 위험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