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었다면…北남성 6시간 활보하게 한 軍 기강해이
북한군이었다면…北남성 6시간 활보하게 한 軍 기강해이
  • 신평택신문
  • 승인 2021.02.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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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2021.2.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이원준 기자 =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군 지역에서 발생한 북한 남성의 이른바 '수영 귀순' 사건은 우리 군의 기강해이와 대북 경계·감시태세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또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합동참모본부 등 군 당국의 조사결과, 북한 남성 A씨가 사건 당일 우리 측 해안에 상륙한 뒤 도합 10차례 군의 감시 장비와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포착됐으나, 군은 3시간 넘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현지 검문소에서 상급부대(육군 제22사단)에 상황을 보고·전파하기까진 30여분, 그리고 상급부대가 A씨 수색작전을 펴기까진 그로부터 또 다시 2시간 가까운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장 지휘관들의 상황 판단과 보고·지휘체계상의 문제점도 함께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합참의 이번 사건 조사결과 발표와 조사에 참여했던 군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A씨는 16일 오전 1시5분쯤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상륙한 뒤 오전 7시27분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제진 검문소 북쪽 약 100m 지점에서 우리 군 병력에 검거되기까지 6시간여 동안 동해선 철길과 7번 국도를 따라 5㎞ 넘게 남쪽으로 걸어 내려왔지만 단 한 번도 제지를 받지 않았다.

A씨가 뭍에 오른 뒤 오전 1시38분까지 군이 해안철책 주변에 설치한 근거리 영상 감시 장비 4대에 모두 5차례 포착된 데다 상황실 모니터상에서도 2차례 '이벤트'(상황) 발생 경보가 울렸으나, 당시 상황실을 지키던 간부와 영상감시병 모두 이를 '무시'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안 감시를 위해 설치한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오경보'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근무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으나, 이는 합참이 이번 조사 결과에서 밝혔듯 상황실 병력들이 "임무수행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

특히 A씨가 해안 상륙 후 해안철책 안으로 들어올 때 사용한 배수로는 관할 군부대가 이번 사건 발생 전까지 존재 자체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전방지역 시설물 관리의 허점도 재차 확인됐다.

합참에 따르면 군은 작년 7월 한 탈북민이 강화도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해 재입북한 사건을 계기로 각 부대에서 '수문·배수로 일제 점검'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 조사과정에서 A씨가 들어온 곳을 포함해 현지 부대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배수로가 3개나 발견됐다.

군 관계자는 이들 배수로 위치가 "철책 안에선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면서도 "시설물 관리가 허술했다"는 말로 잘못을 시인했다.

만일 A씨가 군 당국이 추정하는 대로 '귀순 의사를 가진 민간인'이 아니라 모종의 목적을 띠고 남파된 북한 공작원이나 군인이었다면 보다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A씨는 상륙 약 3시간 뒤인 16일 오전 4시12~14분쯤에도 7번 국도를 따라 걸어가는 모습이 인근 해군 합동작전지원소의 울타리 경계용 CCTV 카메라에 포착됐으나, 이땐 카메라와의 거리가 멀어 '이벤트' 경보가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오전 4시16~18분쯤 제진 검문소에서 A씨가 검문소 북쪽 약 330m 거리에서 도로를 따라 걸어오고 있는 모습을 CCTV 카메라를 통해 식별한 뒤 경계병을 현장에 보내는 등 자체적으로 초동조치를 취했지만, A씨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고 한다.

검문소 근무자가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통해 상급부대 등에 이 상황을 보고·전파한 건 그로부터 30분가량 지난 오전 4시47분의 일이었다.

그러나 일반인은 출입하기 힘든 민통선 내에서 신원미상의 인물이 발견됐음에도 30여분이 지난 뒤에야 상황전파가 이뤄졌다는 사실 역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22사단장은 사건 당일 오전 4시50분쯤, 그리고 합참은 오전 4시57분쯤 상황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22사단은 A씨 수색을 위해 '경계태세 1급'(진돗개 하나)을 발령한 건 오전 6시35분쯤이다.

이와 관련 합참은 "미상인원(A씨) 최초 식별 후 초기 상황 판단에서 다소 안일하게 대응했다"며 "상황조치 매뉴얼도 준수하지 않는 등 작전수행이 일부 미흡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번 사건과 관련, Δ22사단의 임무수행 실태 진단과 Δ철책 하단 배수로·수문 전수조사 등을 통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통해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작전기강을 확립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국방부는 해당 부대 지휘관 등 이번 사건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2사단 관할 경계구역에선 지난 2012년엔 북한군 병사의 일반전초(GOP) '노크 귀순' 사건, 작년 11월엔 탈북민의 '월책 귀순' 사건이 발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