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수사지휘에 커지는 檢 반발…"법무장관인지 정치인인지"(종합)
박범계 수사지휘에 커지는 檢 반발…"법무장관인지 정치인인지"(종합)
  • 신평택신문
  • 승인 2021.03.1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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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조재현 기자 =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전 총리 수사팀 소속이었던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48·연수원 29기)는 1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당시 '재소자의 말바꾸기' 조사를 맡았던 후배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오자 이날 오후 4시40분을 기준으로 약 40개의 댓글이 달렸다. 상당수의 검사들은 "당시 수사팀의 열정과 노력, 고뇌, 그리고 진정성을 믿는다. 버텨달라"고 응원을 하거나,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 검사는 "닭이 울고 개가 짖는 것은 새벽이 오는 소리가 아닐까 한다"고 썼다. B검사는 "위증교사가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논거를 나중에라도 꼭 확인하고 싶다. 특히 임모 검사가 작성한 검토 보고서가 궁금하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C 검사는 "형사법집행이 정파적 이익을 위한 수단과 도구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씁쓸하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고 댓글을 달았다. D 검사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련의 과정으로 기소 의견이 뒤바뀐다면, 공소유지 또한 의견을 밝힌 분들이 대법원까지 책임을 지고 그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 검사도 "수사 및 공판기록 75권, 총 34회의 공판(준비)기일, 10명의 변호인이 모두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된 숫자들인데, 장관님은 6천 페이지 감찰 기록을 형광펜 쳐 가며 읽었는데 이 기록은 못 봤는가"라고 비판했다.

F 검사도 "편파논란이 있는 대검 부장회의 심의결과를 검사들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서 양 검사는 과거 사기 사건과 관련된 한 재소자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재소자의 말 바꾸기를 직접 경험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일이 모든 검사들에게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해당 재소자가 '담당 검사가 뇌물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모 지자체장과 관련된 내용을 털어놓으라고 회유·협박했다'는 거짓 주장을 펼쳐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재소자의 발언이 지역 언론에 기사화되며 지자체장의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이 재소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려 했으나 당시 회유와 협박에 대한 소명자료가 있을 리 없었다"며 "이 경험으로 이후 재소자를 멀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양 검사는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에서 일하게 됐고,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글을 이어갔다.

양 검사는 "몇 년이 흐른 후 (뇌물) 공여자가 말을 바꾼 사건이 있었다. 말을 바꾸기 이전에 구치소에서 '말을 바꾼다더라'라는 소문이 무성했고, 수사팀은 '이렇게 객관적인 증거가 많은데 그게 가능하냐'고 소문을 무시했으나 진짜로 말을 바꿨다"며 "이후 수사팀은 소문의 근원지인 재소자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양 검사는 "이와 관련한 수사팀 회의에서 누가 해당 재소자를 조사할지 결정해야 했는데 이전 재소자 조사에 대한 경험 때문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래서 후배 검사가 조사를 담당하게 됐고, 후배 검사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신헌섭 남부지검 검사(36·사법연수원 40기)도 이날 검찰 내부망에 '장관님 전 상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 장관의 결정을 비판했다. 신 검사의 글에도 이날 오후 4시40분을 기준으로 "공감한다"는 취지의 댓글 20여개가 달렸다.

신 검사는 최근 박 장관의 최근 행보를 두고 "'정치인'으로 봐야 할지, '국가공무원'으로 봐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다"고 적었다.

신 검사는 "장관이 수사지휘 문구에 10차례 정도 이름을 언급한 임은정 검사가 대검 주무연구관들, 감찰과장의 집단지성을 압도할 만큼 공정한 행보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관은 지난 2015년 '한 전 총리 정치자금법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 선고 직후 각종 언론인터뷰를 통해 '대법원이 권력에 굴종한 판결'이라는 언급을 수차례 했다"며 "6년 뒤 사법부의 최종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하니 혼란스러움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으로 수사지휘를 한 것인지 국가공무원 입장에서 지휘를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또 장관은 어제 수사지휘의 근거로 공정(公正)을 말했지만, 검찰구성원과 다수의 국민의 눈에는 공정(空正)으로 잘못 비춰질 수 있을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천재인 수원지검 검사(41·연수원 39기)도 대검 의사결정 과정의 공개를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천 검사는 "전무후무한 대법원 확정판결 사안에 대해 대체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검찰이 공소유지 과정에서 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검찰의 구성원으로 알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전날(17일) 박 장관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재소자 김모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다.

이날 오전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해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해 재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검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한 전 국무총리 사건의 모해위증 의혹을 다시 심의할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회의는 재소자 김씨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22일을 3일 앞둔 시점에 열리는 것으로, 김씨의 혐의 유무와 기소 여부는 이르면 19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