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넉넉하게 사뒀는데" 새거리두기 유예에 '분노·실망·체념'
"식자재 넉넉하게 사뒀는데" 새거리두기 유예에 '분노·실망·체념'
  • 신평택신문
  • 승인 2021.07.0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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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백신 인센티브 관련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021.7.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김도엽 기자 = "저희는 원래 새벽 5시까지 영업했거든요. 그래도 밤 12시까지 영업시간이 늘어난다길래 손님이 더 올까 싶어 식재료를 3분의 1 정도 더 사놨는데, 다 필요없게 됐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이틀 전에라도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0대)는 1일 눈앞이 캄캄했다. 이달부터 영업시간이 늘자 오랜만에 기대에 부풀어 재료를 넉넉하게 준비했는데 모두 무산돼 버렸다. 정부는 재개편안 적용을 일주일 미룬다고 했지만, 김씨는 일주일 뒤라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겠냐고 했다.

1일부터 적용 예정이던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하루 전에 전격 연기되자 자영업자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 컸다. "뭘 기대하겠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시민들 사이에선 당혹스럽단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은 4명에서 6명으로 늘고, 음식점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도 오후 10시에서 밤 12시로 연장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6월 29일 기준 서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375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며 개편안 시행이 미뤄졌다.

봉천동 유명 양꼬치집 직원 이모씨(50대)는 "5명 이상 오겠다고 단체 손님들도 몇 분 계셨는데 일일이 취소 전화를 드렸다. 식재료를 사둔 것도 손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장은 아니지만 월급이 줄어드는데 직원도 당연히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삼겹살 가게를 운영하는 윤모씨(50대)는 "10명 정도 올 수 있으면 오겠다는 손님이 있었는데 취소시켜야한다"며 "다같이 힘든데 어쩌겠나. 이러다 완전히 무너지면 봉쇄해야하는데"라고 해탈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인근 상가 지하에 위치한 노래방 주인 양모씨(50대)도 "지금은 솔직히 여는게 손해일 정도다. 밤 12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길래 손님이 늘어나겠지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스럽다"고 했다.

양씨는 "밤 10시 영업이면 9시엔 와야 하는데 2차로 오는 노래방을 누가 9시에 오나"면서 "다 좋으니 제발 자정까지만 영업을 허용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실제로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하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A씨(30대)는 "12시까지 영업 연장된다고 해서 식자재를 넉넉하게 사뒀는데 진짜 이제 웃음만 나온다"며 "정부를 향해 네타박스(생선을 저장하고 회를 숙성시키는 용기)라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서울 용산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씨(33)는 "솔직히 길들임 당하는 것 같다. 매번 거리두기 개편한다고 말만 하고, 연장만 하지 않았냐. 룸 많은 식당은 이미 5인 이상도 많이 받는데, 솔직히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다. 인원 제한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영업시간 제한은 이제 좀 풀어줘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도 "신뢰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지금껏 한다고 했다가 늦춘 게 몇번이냐. 제한을 하더라도, 업주와 시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제한을 해줬으면 한다. 지금처럼 하루 만에 지침을 바꾼다면 정부 방침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편안에 맞춰 7월 모임을 잡았던 이들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대학원생 구모 씨(31)는 "친구 생일파티를 하려고 6명이 집에 모이기로 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민감한 교사 친구가 취소해 그냥 2명을 빼기로 했다"고 아쉬워했다.

주부 김모씨(40대)도 "어제 밤 늦게야 거리두기 연장 소식을 들었다. 6인까지 허용, 백신접종자는 인원 제한 제외라길래 내일(2일) 모임 일정을 잡았었는데·…"라며 "진짜 한숨만 나온다. 언제쯤 편하게 모여서 밥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라고 답답해 했다.

다만 거리두기가 연장돼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직장인 안모씨(28)는 "조금 시기 상조가 아닌가 생각했다"며 "힘들겠지만 20대와 50대 백신접종이 완료될 때까지 1~2달 정도만이라도 더 집합제한을 엄격히 했으면 한다. 아니면 지금까지와 같이 도토리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