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백신도 없이 예약받은 정부, 더이상 헛발질하지 마라
[기자의 눈] 백신도 없이 예약받은 정부, 더이상 헛발질하지 마라
  • 신평택신문
  • 승인 2021.07.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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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 기자 © 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어? 백신 맞으면 안에서도 마스크 벗어도 되는 것 아니었어?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발표 전, 지인은 미루고 미뤄왔던 청첩장을 건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지인은 결혼식을 연기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1차라도 접종했다면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해제해도 된다고 밝혔다.백신 접종을 하면 5인 이상 금지되던 사적모임에서도 예외로 인정됐다. 정부는 이처럼 '백신 인센티브'가 포함된 기존 체계보다 완화된 형태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7월부터 도입한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메시지는 방역 긴장감 완화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에게 "당장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신호로 작동한 것이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탓일까. 새 거리두기 적용을 앞두고 안정적일 것 같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폭발하고 말았다. 섣부른 방역 완화 메시지에 국민들의 긴장이 풀려버렸고, 여기에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되면서 4차 대유행이 찾아온 것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150명(지역발생 1097명)으로, 일주일 연속 1000명대 확진자를 기록했다.

확산세 극복을 위해 정부는 새 거리두기 4단계라는 초유의 대책을 꺼내들었다. 오는 25일 50대 후반 연령층의 백신 접종 시작에 맞춰 단기간에 확산세를 잡겠다는 의지에서다.

그런데 이번에도 방역당국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12일 50대 후반 접종 예약 첫날, 예약이 대거 몰리면서 개통 초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다. 이 정도는 애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주일로 예정된 사전 예약 첫날에 돌연 예약이 중단돼 버린 것이다.

이유가 기가막히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에 대한 예약분이 이미 다 찼다는 이유였다.

55~59세 접종대상자는 352만4000명이다. 정부는 50대에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다고 밝혔었다. 헌데 정부가 현재 확보한 모더나 물량은 185만명 뿐이란다.

백신도 없이 사전예약부터 받은 셈이다. 이런 무책임한 행정이 어디 있나. 사전에 이를 알았더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정부는 이 조차도 알리지 않았다. 정부는 나머지 167만4000명에 대해 19일부터 다시 예약을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입 물량과 일정을 밝히지도 않았다. 백신 물량이 제때 들어올지 여전히 미지수다.

그간 장기화로 치닫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당국의 헌신과 노력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조치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똥 볼'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축구 경기에서 골문을 크게 벗어난 슛을 이르는 말이다. 전후반 내내 잘 하던 선수(방역당국)가 결정적인 순간에 똥 볼을 찬 격이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이게 누적되면 행정에 불신이 쌓인다. 현재 수도권에는 아주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발동되고 있다. 오후 6시 이후엔 3인 이상 사적모임이 제한된다. 사실상 야간 외출금지이고 일상의 멈춤이다. 방역당국의 바람대로 4차 대유행을 하루라도 빨리 꺾기 위해서는 국민의 협조와 참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행정에 대한 불신은 국민의 실망과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수도권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중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을 생각하면 무척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며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짧고 굵게' 끝내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현실화 되기 위해선 더이상 '똥 볼'을 차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