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선 '충청절망론'?…국책사업까지 뺏겨 '한숨'
[기자의 눈] 대선 '충청절망론'?…국책사업까지 뺏겨 '한숨'
  • 신평택신문
  • 승인 2021.07.1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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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이낙연 후보가 컷오프로 탈락한 양승조, 최문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2021.7.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양승조 충남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직후 그가 민망한 수준의 미미한 지지를 받았다는 당내 정보가 삽시간에 SNS를 통해 퍼졌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일반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여론조사를 각 50%씩 반영해 산출한 8명의 예비후보별 득표율과 순위를 공개하지 않은 채 6명의 본선 진출자를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 '지라시'가 급속히 전파된 것으로, 최하위에 머문 양 지사가 1%대의 지지를 받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지라시 내용이 실제에 얼마나 가까운가 논하는 것과 별개로 유일한 충청권 주자인 양 지사의 이번 여당 경선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하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은 승패를 결정하는 바로미터였다. 그런 이유로 여야는 대선 필승 카드로 늘 충청권 인사를 후보군에 올리려 노력했으나 현재까지 본선에서 결실은 맺지못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때마다 충청권 공약을 쏟아내며 지역발전을 약속하는 것도 이곳 민심을 잡으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충청권 구애가 진정성이 있는지 지역 여론은 늘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충청 출신 대선 주자를 갈망하는 이유도 선거철에 반짝하고 마는 정치권의 허망한 약속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 아닐까.

양 지사의 컷오프 탈락 이틀 전(9일) 대전시는 인천 송도에 밀려 ‘K-바이오 랩허브’ 유치에 실패했다. 대전이 한국형 바이오 혁신성장의 최적지임을 내세워 “반드시 유치하겠다”라고 큰소리를 치던 지역 정치인들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입지 선정 발표 이후 침묵 모드로 빠져들었다.

만약 유치에 성공했다면 곧바로 ‘내 탓’을 하며 거리마다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새긴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었을 분들이 실패에 대해선 ‘네 탓’만 하는지 한마디 자성의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

대전시민 장 모(45) 씨는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을 배출했고,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여당 소속인데, 이런 호시절이 언제 또 오겠는가”라고 반문하고, “그런데도 K-바이오 랩허브 유치에 실패한 것은 대전의 역량 부족이고, 정치력 부재들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씨는 “충청홀대론이나 정부 공모사업이 수도권에 편향됐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때늦은 변명처럼 들린다”라고 말했다. 또 “인근 충북 오송과 공조하지 않고 따로따로 유치에 나선 것도 실패 원인이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충청권으로선 참으로 무기력해지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여름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이건희 미술관’이 비수도권에 건립돼야 한다며 유치에 나섰던 충청권 지자체들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 2곳으로 후보지를 압축했음에도 ‘다 끝난 건네 뭘…’이라는 태도로 애써 반발을 자제했다. 정부에서 주면 받고 안 주면 말고 식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가 답답하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충청권에선 ‘충청대망론’이 뜨겁게 달아오르지만 이내 식어버린다. 진정 충청인과 끈끈한 유대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의 역량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인은 없고, 충청을 지렛대로 선거에서 재미만 보려는 이들로 넘쳐나는 것 같다.

‘충청대망론’이 초라한 수사(修辭)로 전락하고 지역정가에선 ‘충청절망론’이라는 웃지못할 농담까지 나올 지경이다.

 

 

 

 

 

최 일 기자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