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격차'
[기자수첩]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격차'
  • 신평택신문
  • 승인 2019.03.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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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9.3.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삼성그룹 창립 81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0일 삼성전자는 '국민주'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이날 열린 삼성전자의 정기주주총회는 1000명 넘게 몰린 주주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 건물 밖에서 오래 대기한 주주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당황한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공식사과문을 발표, 주총 장소와 운영방식의 개선을 약속했다.

다만 "주주가 개·돼지냐", "미세먼지 속에 세워두나", "경영진은 사표내라" 등의 거친 언사를 걷어내면, 주총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적지 않았다.

한 주주는 "앞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초격차' 전략이 얼마나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가 추동한 '반도체 굴기'를 언급하며 대응 전략에 대한 답도 요구했다. 주주 발언 가운데 첫 질문이 '초격차'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작게는 올해 반도체 경기둔화를, 크게는 중국에 대응하는 근원적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삼성의 '답'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격차'란 이미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이지만, 2등이 따라잡을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기술 차이를 벌리는 삼성 특유의 전략을 말한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도록 아예 격(格)을 달리 해버리는 것이다.

인공지능(AI)에 대비해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 개발 현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전 주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질문이었다. 50대1 액면분할로 '국민주'가 된 삼성전자 주총이 젊어지면서 주가 뿐 아니라 기술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주주가 많아졌음을 증명한 셈이다. '뉴로모픽'이란 현재의 반도체 집적회로 기술 기반 하드웨어를 인간의 뇌신경구조로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기남 부회장은 위 질문에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는 투자로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며 "뉴로모픽 연구도 종합기술원에서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말 많았던 주총 다음날인 21일 오전, 삼성전자는 야심차게 준비한 발표 하나를 내놓았다.

세계 최초로 '3세대 10나노급(1z) 8기가비트(Gb)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D램'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2017년 11월 2세대 10나노급(1y) D램 양산을 시작한 지 16개월 만이다. 경쟁사와의 격차를 1년 이상으로 벌리며 시장을 다시한번 놀라게 했다. 2위 SK하이닉스와 3위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2세대 10나노급(1y) D램 개발에 성공한 후 아직 양산을 준비 중이다. 마이크론이 재고 증가에 백기를 들고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시점에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1년 이상 앞선 기술로 세계 D램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삼성의 전격 발표는 지난 1월 반도체 경기하락을 우려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렵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한지 두달여만이기도 하다. 반도체 실적과 투자 축소 여부 등을 두고 전세계에서 우려와 추측들이 쏟아졌지만, 결국 '기술'로 승부하는 특유의 승부사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2년 넘게 이어지는 검찰의 압수수색과 각종 재판, 삼성 오너일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 등 삼성의 악재는 지루한 장편 드라마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1위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의 과감한 투자와 임직원의 피땀이 일궈낸 '초격차' 승부수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가장 주목하는 명장면이다. 그런 의미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그의 저서 <초격차>에서 강조한 "압도적이지 않으면 제아무리 1등이라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초격차라는 압도적 체제를 공고히 하려면 부단히 변신해야 한다"는 말은 울림이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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