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간 출판사, 레드 조앤 출간
황금시간 출판사, 레드 조앤 출간
  • 신평택신문
  • 승인 2019.04.29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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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조앤 표지

KGB를 위해 가장 오랫동안 일한 영국의 스파이 멜리타 노우드의 실화를 바탕한 스파이 스릴러 ‘레드 조앤’이 발간됐다.

멜리타 노우드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 조앤은 이제 막 미혼 여성이 혼자 외출할 수 있게 된 시기, 그러니까 여전히 여학생의 존재를 무시하던 시기에 케임브리지에 입학했다. 그만큼 똑똑했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이 있었으며, 현재보다는 밝은 미래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작품은 조앤이 대학 입학 후 알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떤 감정의 변화를 겪는지, 여성으로서 어떤 일을 겪는지를 흡인력 있게 보여준다. 작가는 냉전시대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해 작품 안에 긴박함과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담은 동시에,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며 산 한 여인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통해 거대한 역사 속에 묻힌 개개인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진정한 인류애는 무엇인지 묻는다.

◇그녀의 선택은 사랑일까, 정의일까

여든이 넘은 조앤은 윌리엄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조용히 남은 생을 살고 싶다는 꿈이 곧 끝날 것임을 직감한다. 윌리엄의 사망 원인은 기사에 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자신에게도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죽을 수 있도록 도와줄 목걸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내 정보 요원들이 집에 들이닥치고, 조앤은 아들 닉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혼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앤은 몇십 년 묻어두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조앤은 케임브리지에 입학한다. 조앤은 우연히 자신과 다르게 자유분방한 소냐와 친해지면서 그녀의 사촌인 레오를 알게 된다. 공산주의자인 레오의 아름다운 외모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반한 조앤은 그와 사랑에 빠지고, 조금씩 공산주의에 대해 알게 된다. 조앤은 졸업 후 대학 내 연구소에 취직해 정부의 비밀스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고, 레오는 그녀에게 정보 공유를 요구한다.

◇태피스트리처럼 얽힌 현재와 과거, 사건과 내면

‘레드 조앤’은 조앤의 집으로 MI5 요원이 들이닥치면서 시작된다. 이후 5일 동안의 끈질긴 심문이 이어진다. 그리고 동시에 조앤의 과거는 그녀의 입이 아니라 머리 속에 떠오르는 기억과 정보 요원들이 들이미는 당시 문건으로 이야기된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심문 과정과 아들과의 미묘한 갈등을 그린 현재와, 애정과 질투, 이기심이 공존했던 소냐, 레오와의 관계, 사랑과 죄책감이 함께 했던 연구소 상사 맥스와의 관계가 이어지는 과거. 과거와 현재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교묘하게 평행선을 달린다.

‘조앤은 왜 스파이가 되었을까’, ‘조앤은 어떻게 지금까지 잡히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독자를 놓지 않고 작품 종반까지 살아남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첫 장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조앤과는 전혀 다른 조앤을 만나게 된다. 작가의 영리한 구성력과 정교한 디테일 표현, 섬세한 심리 묘사, 현재성을 살린 어투 등은 작품 전반에 걸쳐 서서히 독자로 하여금 조앤에게 이입하게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 그 안에 담긴 더 큰 진실

잡히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던 멜리타 노우드의 정체가 1999년에 발각되면서 ‘할머니 스파이’라는 별칭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작가는 이 인물 자체에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조사에 들어갔고, ‘레드 조앤’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조앤과 멜리타 노우드의 공통점은 많지 않다. 연구소에서 비서로 일해 기밀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으며, 여자라서 의심을 사지 않았다는 것 정도. 이 외에 작가는 오히려 철저한 공산주의자였던 멜리타 노우드와는 전혀 다른 조앤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았고, 자신의 일을 충실히 했으며,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았던 현명한 여인. 그러나 히로시마에 폭탄이 떨어지고, 이는 수많은 당시 사람들처럼 조앤에게도 큰 충격을 준다. 작가는 처참하고 냉혹한 현실을 목격한 조앤의 내적 갈등과 결심을 통해 이념이 낳은 전쟁이 가진 무한한 공포와 인간의 무기력함, 진정한 인류애에 대한 고민을 전한다. ‘레드 조앤’은 ‘여성 스파이’라는 소재가 주는 스릴러적인 재미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군가는 제기했어야 하는 더 큰 담론을 이야기하며 그 의미를 더한다.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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