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① "워낙 한국적"이라던 봉준호의 '기생충'…칸은 왜 매료됐나
[N초점]① "워낙 한국적"이라던 봉준호의 '기생충'…칸은 왜 매료됐나
  • 신평택신문
  • 승인 2019.06.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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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기생충'의 (칸 국제영화제)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워낙 한국적인 뉘앙스로 가득 차있기 때문에 외국 관객들이 '기생충'을 100% 이해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달 22일 진행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 당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조심스러워 했던 봉준호 감독의 발언과는 달리, '기생충'은 이달 25일(현지시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는 놀라운 드라마를 연출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디아마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다르덴 형제의 '영 아메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티아스 앤드 맥심' 등 20편의 쟁쟁한 경쟁작을 물리치고 한국 영화 100주년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특별한 경험이었고 다른 영화와 차별화 되는 느낌을 줬다"는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심사평과 이외 심사위원단의 호평 속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품은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고, 그렇게 얽힌 두 가족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지 다섯 번째 만에, 영화 '옥자'로 지난 2017년 경쟁 부문에 진출한 지 두 번째 만에 황금종려상을 품는 영광을 안았다.

'기생충'은 세계 거장들과의 쟁쟁한 경쟁에서 어떻게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안게 됐을까. 지난 2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기생충'은 "한국적인 뉘앙스로 가득 차 있다"던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국내 관객들이 깊게 공감할 만한 웃픈 지점들이 많았다.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한국 사회의 특수적인 상황에 기인해 있다는 점이 그렇다. 대만 카스텔라 사업에 나섰다가 실패해 백수 가장이 돼버린 기택의 상황, 대학 입시에 실패한 아들 기우의 상황,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의 상황 등은 인물의 설정부터 한국의 지속적인 사회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 관객이 봐야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이 포진돼 있다"고 했던 이유다.

그럼에도 '기생충'이 던진 메시지가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빈부 격차, 사회 양극화에 대한 화두와 맞아떨어지면서 칸 국제영화제에서 더욱 주목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극 초반 익살스러운 유머와 블랙코미디부터 서스펜스, 스릴러까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 장르 연출 등도 높이 평가받았지만. 빈자와 부자가 서로를 대하면서 발생하는 인간의 미묘한 변화에 집중한 봉준호 감독의 관점은 국가를 막론하고 전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지점이기도 했다. 빈부 격차에서 비롯된 이 같은 인간에 내면에 대한 접근은 '기생충'에서 마주할 수 있는 봉준호 감독만의 어떤 특별한 통찰력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관객들은 "인간에 대한 예의"에 대해 줄곧 생각해왔던 봉준호 감독의 메시지에도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봉준호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기생충'을 공개한 후 "가난한 자와 부자는 우리 주변에 늘 있다"며 "사회 양극화라는 경제사회적 용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 있는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요즘 드는 생각은 서로에 대한 예의에 관한 문제랄까,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경에 대한 부분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얼마나 지키느냐에 따라 기생이 되느냐 좋은 의미에 공생이나 상생이 되느냐가 거기에서 갈린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외신도 '기생충'의 영화적 재미와 메시지에 매료됐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국영언론 프랑스24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있던 지난 25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받아 마땅한 상을 수상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훌륭했으며 가장 정치적이었던 칸 영화제였다"고 평하면서 "사회 현실주의와 코미디, 스릴러 장르까지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많은 장르가) 혼합된 작품일 것"이라며 "감독은 관객들에게 '너무 한국적'이라고 말했지만 (해외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몰입해서 앉아있었다. 이 드라마는 참혹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호평을 남겼다.

한편 '기생충'은 30일 국내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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