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공황 상태 빠진 '황무지' 엘리엇…종교 귀의 후 달라지다
우울과 공황 상태 빠진 '황무지' 엘리엇…종교 귀의 후 달라지다
  • 신평택신문
  • 승인 2019.09.29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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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T.S. 엘리엇(1888~1965)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황량한 20세기 서구의 정신적 풍경을 담은 '황무지'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4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20세기 영미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기도 한 작가의 작품집 '4중주 네 편'이 출간됐다.

책에는 엘리엇의 1920년대 중반 이후 창작된 4개의 장시와 1편의 희곡이 수록돼있다. 엘리엇은 당시 극도의 우울과 공황 상태에 빠졌고, 종교에 귀의해 종교적 시각을 바탕으로 작품들을 써내려갔다.

모더니즘은 기존의 권위와 전통을 부정하는 경향이고 대표작 '황무지'도 비기독교적인 허무주의, 염세주의로 각광받았기 때문에 기존 독자들은 이를 낯설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엘리엇은 기독교 정신으로 개인의 정신과 서구문명의 구원을 갈망하면서 모더니즘 어법과 운율을 구사해 보편적인 경지에 도달한 작품을 내놨다.

책에 수록된 '휑한 자들'은 엘리엇의 심적 위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성회 수요일'은 개종 후 첫 발표 시로 단테의 '신곡' 중 연옥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연극 '반석'에 쓰이는 엘리엣의 코러스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를 다루며 근대문명을 비판한 작품이고, 엘리엇의 마지막 창작시 '사중주 네 편'은 영어로 쓴 최고의 철학적 시로 꼽힐 만큼 잘 쓴 시로 평가된다.

역사극 '대성당 살인'은 당시 파시즘의 폭력성과 야만성에 대한 문학과 신학의 대답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책을 통해 엘리엇의 섬세한 음악성과 깊이 있는 철학적, 종교적 사색이 어우러진 작품들을 음미할 수 있다.

◇ 사중주 네 편 / T.S.엘리엇 지음 / 윤혜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