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트럼프 ‘탄핵 열차’에 타다
[김수종 칼럼] 트럼프 ‘탄핵 열차’에 타다
  • 신평택신문
  • 승인 2019.10.07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News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지난달 24일 권력남용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전격 선언했고, 이에 따라 6개 관련 상임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의회는 지난 주말 백악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소환장을 발부했다. 미국 역사상 세 번밖에 없었던 대통령 탄핵의 칼날이 트럼프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을 미국 정치는 요동칠 것이며,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 정세 또한 불안정하게 흔들릴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공들여 중재하고 있는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은 하원이 갖고 있다. 트럼프가 하원의 탄핵 소추 대상이 된 사유는 미국 정치 평론가들이 지적한 대로 그의 ‘제멋대로 외교’가 초래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다.

2020년 대통령 재선을 기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로 현재 1등을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이 눈엣가시다.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정치적 타격을 줄 방안을 우크라이나에서 찾았던 것 같다. 그는 지난 6월 25일 새로 선출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에 대한 비리를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바이든은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으로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여했고, 그의 아들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의 임원으로 일했다.

트럼프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군사 원조 집행을 미루는가 하면, 젤렌스키의 백악관 방문과 바이든 조사를 연계시키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의회는 내부 고발자와 관련 공직자의 증언으로 백악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기록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도 확보했다. 펠로시 하원 의장은 2006년 민주당 원내 대표로서 당시 공화당 부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요구가 나왔을 때 반대했던 인물인데, 이번 트럼프 탄핵 추진에는 단호한 자세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2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하원의 분과위원회별 조사가 완료되면 법사위원회가 탄핵안을 작성하여 하원 전체회의 표결에 부친다. 하원 재적 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탄핵안은 통과되어 상원에 넘어간다. 상원의 탄핵 심판은 연방 대법원장이 심리를 주재하고 재적 100명의 상원의원 3분의 2, 즉 67명의 동의를 얻으면 대통령의 유죄가 확정되고 대통령 직위가 박탈된다.

한국의 대통령 탄핵 제도와 다른 점은, 한국은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가 유무죄 결정을 내리는 반면, 미국의 대통령 탄핵은 하원이 소추하고 유무죄 판정은 상원이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법체계에 비유하면 하원은 검사 역할을, 상원은 판사 역할을 맡는 것이다.

1789년 1대 조지 워싱턴이 취임한 이래 230년간 45명의 대통령이 재직했지만 상원의 탄핵 유죄판결로 대통령 직을 상실한 사람은 없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소추 위기에 몰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하원의 표결 직전 대통령 직을 자진 사퇴했다. 17대 앤드루 존슨과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하원의 탄핵소추를 받았으나 상원의 반대 표결로 살아났다.

미국 하원의 의원 수는 435명이며, 그중 민주당 의원은 235명으로 과반이 넘는다. 따라서 트럼프 탄핵 소추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원 100명 중 공화당이 53명으로 다수당이다. 트럼프에 유죄판결을 내리려면 공화당 의원 20명이 민주당에 동조해야 한다.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 추진 과정에서 미국 정치는 롤러코스터를 타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널뛰듯 하는 정치 스타일로 볼 때 미국 정부의 정책 추진이 크게 흔들리고 불안해질 수 있다. 하원의 탄핵 조사가 착수된 후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비롯해 야당 인사들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고,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가짜 뉴스 미디어’라고 마구잡이식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정부가 조 바이든을 조사하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을 놓고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트럼프에게 상당히 나쁘다. 펠로시 의장이 탄핵조사를 공식 발표한 이후 지난달 말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는 탄핵 찬성이 51%, 탄핵 반대가 44%로 나왔다. 2020년 대통령 선거 등 미국 선거를 겨냥하여 외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의 안보의식이나 정서에 반하는 일임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970년대 악명 높았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이 닉슨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때 갤럽이 여론 조사를 실시했는데 탄핵 찬성이 38%, 탄핵 반대가 53%로 국민 대다수가 탄핵에 반대했다. 그러나 하원 조사가 진행되고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몇 달 만에 탄핵 찬성 41%, 탄핵 반대 41%로 급변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민심은 조변석개다.

트럼프 탄핵 정국은 1년 후 실시될 대통령선거와 상하양원 선거에 큰 변수의 하나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물론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정치 생명이 걸린 중대사다. 이성을 잃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돌출적 정치 행보를 보일지 모른다. 특히 탄핵 소용돌이가 트럼프·김정은의 북한비핵화 협상을 어떻게 몰고 갈지 한국인들에겐 매우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뉴스1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