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군사충돌 우려 이란, '核카드'까지 꺼내…北·美 협상 여파는?
美와 군사충돌 우려 이란, '核카드'까지 꺼내…北·美 협상 여파는?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01.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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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가 암살돼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핵합의 의무사항마저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혀 핵위기가 재점화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고조 상황은 지난해 말 나흘간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며 대북제재 '정면 돌파'를 선언한 북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Quds)군을 지휘한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피살된 데 대해 이란이 미국에 '가혹한 보복'을 예고해 미국과 이란 간 전운이 짙게 드리워졌다.

모흐센 레자에이 이란 전 혁명수비대장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동 내 대표적인 미 동맹국을 거론하며 “만약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어떤 반격에 나선다면 이스라엘의 하이파와 텔아비브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휴가지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이란이 어떤 것이라도 한다면 중대보복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엔 “이란 공격을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놨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아시아 분석가인 수잔 디마지오는 트위터에 솔레이마니 암살이 미국과의 '레드라인'을 쉽게 건너지 못하게 할 순 있지만 북한을 당장에 협상장으로 복귀하도록 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란은 핵합의 탈퇴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란 정부는 성명에서 "이란은 핵합의에서 정한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란의 핵프로그램은 농축 능력, 농축 우라늄 농도, 연구·생산 등에 제한이 더는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란이 유엔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 및 독일(P5-1)과 2015년 7월 14일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은 4년 반 만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JCPOA에 따라 양측은 향후 10년간 나탄즈 농축시설에 있는 1만9000여 개의 원심 분리기 수를 6000여개로 줄이고, 향후 15년 동안 농축 우라늄 농도를 최대 3.67% 이하로 제한하며, 보유 우라늄 재고도 98% 감축해 300㎏ 이하로 하기로 했다.

미공개 시설로 논란이 됐던 포르도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은 핵·물리 연구실험실로 바꾸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들을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 즉 브레이크아웃 타임은 당시 3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이란은 앞서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 및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반발해 핵합의 의무 이행 범위를 60일마다 차례로 축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발표는 5단계이자 마지막 조치로 여겨진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은 "상응하는 의무사항이 효과적으로 이행된다면 5단계 모두 돌이킬 수 있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완전한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란 핵합의가 완전히 파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디마지오 분석가는 "북한은 이란 핵합의 붕괴를 예의주시해왔고 부정적 교훈을 도출해 왔다"며 "한쪽이 약속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합의 조건을 어기고 상대국 경제를 훼손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게 핵심 교훈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의 약속은 임시적이고 되돌리기가 쉽지만, 아라크(Arak) 플루토늄 시설 불능화 등 이란의 몇몇 약속들은 비가역적이다. 아라크 중수로를 새로 짓는 데는 수년간의 시간과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북한은 비슷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이란 핵합의가 완전히 파기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북미 협상 기조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북미 간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JCPOA 탈퇴 의향을 처음 밝힌 이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란과 북한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선 강력한 압박으로, 북한을 상대로는 협상으로 이전 정부와는 다른 자신만의 업적을 쌓으려는 행보를 보여왔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란이 더욱 거세게 나온다면 위험한 나라를 응징하는 이미지를 강조할 것이지만 북한에 대해선 협상 기조를 바꾼다면 신뢰할 수 없는 정권과 애시당초 대화를 시작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