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삼성 준법감시위 총수도 감시할 수 있나요?
[기자의눈] 삼성 준법감시위 총수도 감시할 수 있나요?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01.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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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출범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위원장으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내정됐습니다. 평소 재벌 경영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왔던 외부인사들도 다수 위원으로 포함됐습니다.

김 전 대법관은 9일 오전 자신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서 밝혔습니다.

하지만 준법감시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위원회가 설립되게 된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승계를 위해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위원회 설립의 배경에 기업 총수의 비위 행위가 있기 때문에 '위원회가 앞으로 이 부회장을 견제·감시할 수 있을까?'가 시민들이 위원회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김 전 대법관의 답은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잘 모르겠다'입니다.

김 전 대법관에 설명에 따르면 위원회는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7곳의 이사회와 경영위원회의 주요 의결이나 심의사항에 법을 위반한 위험 요인이 없는지 사전 모니터링하고 사후 검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동안 발생한 삼성그룹 비위 행위 다수가 이사회 밖에서 논의되고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이 부회장도 2016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랐지만 2017년부터 한 차례도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기간을 빼더라도 지난해 10월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때까지 이 부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은 25%로 저조합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사회가 아닌 조직에서 총수와 관련된 비위가 이뤄지고 있으면 이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 전 대법관은 "그런 고민을 저도 하고 있지만 위원회가 앞으로 논의해야 할 일"이라며 "구체적인 것은 위원회가 공식 출범해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전 대법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 이 부회장이 형을 선고받으면 이에 대한 회사 내부의 징계나 비등기이사 퇴진 등을 요구할 계획인가'를 묻는 질문에도 비슷한 답을 내놨습니다. 위원회가 정식 출범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활동 범위 등은 차후 위원들 사이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전 대법관은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직접 위원회 구성과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았다"고 밝혔지만 그 감시의 초점이 정작 이 부회장을 빗나가지 않을까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첫 공판기일에서 이 부회장에게 Δ삼성그룹 내부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 Δ재벌경영 체제의 폐해 시정 Δ혁신기업으로의 변화 등 3가지 당부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위원회 설치는 이런 재판부의 요구를 삼성 측이 받아들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재판 당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는 하급직원 비리방지만이 아니라 고위직, 기업 총수의 비리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철저한 것이어야 한다. 연방 양형기준 8장과 미 대기업들 실행 중인 준법감시제도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친절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습니다.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의 총수 일가에 대한 감시 방법을 명확하게 내놓지 않는 이상 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형량 감경을 위한 일회성 조직이었다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다행히 김 전 대법관은 "저는 삼성 최고경영진의 진의를 믿고 싶지만 완전한 확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의심을 가지고 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들은 그런 끊임없는 의심으로 위원회가 이 부회장이 실형을 피할 가이드라인이 아닌 한국의 1등 기업인 삼성이 존경받는 기업으로 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