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시세 오르게 또 미사일 쏘길"…전쟁 부추기는 암호화폐
[기자의눈]"시세 오르게 또 미사일 쏘길"…전쟁 부추기는 암호화폐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01.18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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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이란이 한 번 더 미사일 쏘면 비트코인 2000만원 갑니다. 1000명 정도 죽으면 무조건 오릅니다. 다 같이 영차(상승장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 외쳐봅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상승장이 나타나자 국내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갈등이 격화되길 바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게시물은 전쟁을 바라거나 불특정 다수의 희생을 바라는 비정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정부의 관리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된 디지털 화폐다. 정세가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일종의 '비법정화폐'로 취급되면서 금과 같은 가치자산으로 여겨진다.

실제 비트코인은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됐을 당시, 중국 자본의 매수세로 폭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에는 전운이 감도는 중동발 악재에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개인의 경제적 이익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 다만 기자는 '추가적인 수익'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희생을 부추기는 커뮤니티 게시물을 지켜보면서 타인의 목숨까지 가벼이 여기는 '암호화폐'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태초의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기능하기 위해 탄생했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지난 2008년 '비트코인 백서'로 불리는 논문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 시스템'을 공개했다.

사토시는 이 백서를 통해 비트코인을 "누구도 신뢰할 필요가 없는 완벽하게 분관화된 통화"라고 정의했다. 즉 비트코인은 정부와 금융기관 등 기성 권력을 불신하며 새로운 경제질서를 세우고자 등장한 '디지털 화폐'를 대변한다.

비트코인은 모든 금융거래를 특정 중앙서버가 아니라 '블록체인'이라는 단일한 공개 장부에 기록한다. 이 거래장부는 시스템에 참가하는 모든 이용자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분산해 공동으로 관리하게 했다.

개발자들은 '자유주의' 정신을 가진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에 열광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기득권)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금융을 꿈꾸며 등장한 비트코인은 불과 12년 만에 강력한 투기 수단이 돼버렸다.

최근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며 비트코인이 정말 사토시가 말한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화폐'인지 의문이 든다. 심지어 협상 소식에 하락하고, 미사일 공격 소식에 상승하는 비트코인 시세를 바라보며 과연 비트코인도 '탈중앙화'된 화폐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이를 '악재'와 '호재'로 구분하는 거래업계에 대한 실망감은 덩달아 커진다.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라크 미군 기지에 로켓포가 떨어져 이라크 군인 4명이 크게 다쳤다고 전해졌다. 비트코인 시세는 또다시 요동치고, 일부 투자자는 당장 눈앞의 숫자가 오른다며 좋아한다.

이것이 진정 과연 사토시 나카모토가 꿈꾸던 새로운 화폐의 미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