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코로나19’와 재택근무 확산
[김수종 칼럼] ‘코로나19’와 재택근무 확산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03.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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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온 나라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에 필사적이다. 자고나면 발표되는 확진자수와 사망자 수가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되다시피 한다.

며칠 전 볼일이 있어 제주도에 다녀왔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승객을 한사람씩 열 감지 카메라 앞을 통과하게 했다. 공항로비는 유령도시처럼 텅 비었다. 제주대학 근처의 난타호텔은 평소 한국인과 중국인 말소리가 섞여 들리는 관광 업소다. 점심 때 친지와 함께 그 호텔 레스토랑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100석은 족히 넘을 것 같은 넓은 방에 손님은 우리 둘 뿐이었고, 식당 종업원 너 댓 명이 움직였다. 종업원 한 사람 일당은 고사하고 전기료도 못 낼 매상을 올려주고 돌아왔다. 제주의 관광 경제는 ‘바이러스 폭격’에 고사중이다.

동창회도 취소되고, 결혼식도 미뤄진다. 공연장도 문 닫고 영화관도 한산하다. 국내외 여행도 줄줄이 취소된다. 각 급 학교는 개학을 늦추고 대학은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듣게 한다. 대법원은 휴정을 권고하고 공공기관 업무도 일부 마비상태다.

뉴욕증시가 폭락했고, 제네바 모터쇼도 취소됐다. 세계의 눈과 귀는 7월에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에 쏠려있다. 일본정부, IOC, 미국중계방송사 NBC가 올림픽이 취소되는 일은 막으려 할 것이다. 만약 올림픽도 못 할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을 한다면 세계는 대 혼돈에 빠질 것이다.

이렇게 사회가 멈춰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인간은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한다. 전쟁 중에도 경제가 돌아가듯이 코로나19가 인간의 경제활동은 중지시킬 수는 없다. 다만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변화가 사무실이나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 방식이다.

정부의 ‘사회와 거리두기’ 정책은 기업들로 하여금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등 유연근무 방식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SK 텔레콤 , KT, LGU+ 등 통신 3사나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들이 적극적이다. KB금융그룹도 대면 접촉 최소화를 위해 대면회의 대신 계열사 주요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화상회의시스템을 활용해서 회의를 하고 있으며, 본부 근무 직원 인력에 대해서는 사무실과 동일한 근무환경을 구축해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로펌에서 일하는 K변호사는 이번 주 집에서 일한다. 코로나19로 법원이 휴정하면서 로펌이 3월 첫 주에 재택근무를 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화나 이메일로 의뢰인과 소통하고, 대표변호사나 동료 변호사와는 사내 메신저를 이용하여 업무 연락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열어놓고 컨퍼런스콜로 회의를 한다. 국제 업무를 많이 하는 그는 외국 의뢰인과 이메일 통신으로 업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하는 일과 집에서 하는 일의 능률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사무실이 주는 공간 분위기와 기자재 활용의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 일의 양을 100이라면 재택근무로 80 이상 할 수 있다. 대신 출퇴근 시간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건 큰 장점이다.”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메일, 메신저, 화상회의, 사설가상망(VPN)등 많다. 대면 근무를 하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는 갖가지 솔루션을 IT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솔루션 개발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은 재택근무의 좋은 실험 기회다. 전통적 대기업들은 대면 접촉을 통해 많은 직원을 통제할 수 있는 사무실 근무를 선호할 것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사태가 풀리면 대부분 옛날식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젊은 IT 벤처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혼란기에도 보란 듯 신나게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곳이 적잖은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재택근무가 노동자 4명중 1명은 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직장은 아직도 사무실 대면 근무를 선호한다. 경영자들이 재택근무를 할 경우 노동자들의 집중도가 떨어져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접어든지 20년이 흘렀다. 2000년 이후 출생자가 대학생이 되었다. 그들은 온라인 세상에 익숙하게 성장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곧 가라앉더라도 일하는 방식에 대한 영향은 깊고 광범위할 것이다. 재택근무가 더욱 확산될 수 있는 여건이다. 코로나19는 원했던 사태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재택근무를 비롯한 유연근무를 실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뉴스1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