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한진칼과 피터 드러커의 조언
[김화진 칼럼] 한진칼과 피터 드러커의 조언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03.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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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온 국민이 헌신적인 의료인들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한진칼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미디어에서 계속 큰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한진칼의 최대 자산인 대한항공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기업이라는 점이다. 세계 각국에 취항하던 항공기들이 속속 귀국해 국내 공항에 발이 묶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부채비율의 대한항공이 향후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와중에 가족들 간 경영권 분쟁은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는데 왜 상황이 진정되지 않을까.

가족들 간 경영권 분쟁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진다. ‘In the Blood’라는 책의 저자 고든 피츠가 말했듯이 가족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은 경영학에서가 아니라 심리학에서 연구해야 할 분야다. 피츠의 책을 읽고 가족경영기업들에 공통적으로 있는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기업의 창업자(2세 포함)가 열정적이고 도전적이며 매우 개성이 강한 인물이다. 창업자는 회사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매사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바로 그 결과가 성공적인 기업이지만 자녀들의 성격과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둘째, 가족경영기업의 가족 안에는 언제나 회사가 있고 회사 안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다. 가족경영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잊지 않는다. 상법은 회사와 주주와 경영자가 다 별개라고 하지만 상법이 뭐라고 하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셋째, 가족경영기업 내에서는 견고한 경영기법과 질서보다는 가족 간, 그리고 가족과 경영자들 간의 사적인 감정과 인간관계가 회사 일을 지배하기 쉽다. 특히 인사문제가 그렇다. 감정과 인간관계는 장기간 표면화되지 않고 축적되는 속성도 있다. 이 특징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날 때가 경영권 승계 시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인간관계가 일시에 충돌한다.

넷째, 원래 여러 자녀를 잘 키우고 서로 좋은 사이가 되게 하는 것은 어떤 부모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매일 할 일이 산더미 같은 대기업을 경영하면서 자녀들을 그렇게 키우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아마도 세상의 성공한 모든 기업인들에게 이는 가장 큰 숙제일 것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회고록에서 “건전한 기업인지 아닌지는 그 기업의 기업주와 가족의 사생활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면서 “다소 가혹할 만큼 엄한 자녀 교육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항상 검소를 당부했고 사람들에게 빈부의 차를 느끼게 하는 행위를 자식들에게 첫째가는 금기로 했다고 한다. 겸손을 가르쳤다는 뜻이다.

다섯째, 아시아기업들, 그리고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기업들이 가족경영승계 차원에서 성공적인 이유 중 하나는 엄격한 장자승계원칙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무기제조사 베레타는 13세 승계까지 성공했다. 8세까지 승계된 프랑스의 푸조패밀리도 같은 원칙을 지킨다. 베레타는 최근에 가족 내에 아들이 없어서 딸의 장남을 이름을 바꾸어 승계시켰다. 물론, 이 원칙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다수 가족에서 딸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LVMH의 아르노 회장도 딸 승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화웨이에서는 멍완저우 회장의 딸이 부회장이다.

회사가 성공하고 성장하는 것은 가족들에게 행운이지만 동시에 독도 된다. 가족경영대기업 내에서 특히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는 일은 다반사다. 세계 2위의 부자 코크패밀리에서는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비극도 있었고 구치에서는 이혼한 전남편이 재혼하면 딸들 상속재산 문제가 생길까 봐 엄마가 아이들 아빠를 살해한 일까지 일어났다. 캐나다의 하프트패밀리에서는 장남과 엄마, 아버지와 차남 두 팀이 소송전을 벌였다. 가족은 분해되고 회사는 쇠락했다. 대주주들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데도 잘되는 기업은 드물다.

한진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은 가족경영대기업을 못마땅하게 보는 시각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가족경영기업을 꼭 다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회사의 회생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가족의 지원으로 포드자동차는 살아났다. 포드 주주들은 지분을 희석 당하는 데 그쳤지만 주인이 없었던 GM과 크라이슬러 주주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피터 드러커가 한 말만 명심하면 될 것 같다. “가족이 회사를 우선할 때 회사와 가족 모두 성공한다. 회사가 가족을 위해 경영될 때 회사와 가족 모두 실패한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