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미국발 입국자 전수 진단검사 서둘러라
[기자의 눈]미국발 입국자 전수 진단검사 서둘러라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03.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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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방역당국이 유럽과 미국에서 오는 입국자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이다.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 검사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정부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유럽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전수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증상에 따라 자가격리 또는 시설격리를 14일 동안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방역대책을 22일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미주지역은 전수검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입국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어떻게 우리나라가 먼저 미국을 상대로 입국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느냐는 정부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발 입국자를 상대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기 전까지 우리 정부가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미국 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심상치 않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3시 기준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만6747명에 육박했다.

지난 14일만 해도 2034명이던 확진자 수가 8일간 1013% 폭증했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가 200% 가량 증가한 것에 비해 월등히 빠른 속도다. 이에 따라 미국 총 확진자 수는 스페인과 독일, 이란마저 추월했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이탈리아마저 따라잡아 전 세계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 태도를 볼 때 미국 정부 움직임만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착한아이 콤플렉스'에 빠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한국 방역대책을 높이 평가하는 외신 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민주적인 데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며, 시민의 자유를 크게 억압하지 않는 방역 모델로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칭송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깨가 으쓱해질 내용이지만, 지금은 그런 감상론에 치우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현재 미주발 입국자에 의한 추가 전파 위험성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월 16일부터 이날 0시까지 최근 일주일간 해외에서 입국한 감염자의 출발지는 유럽이 가장 많고, 미주 지역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유럽발 확진자는 54명, 미주발 확진자는 12명이다. 미주발 확진자가 유럽발 입국자의 22% 수준이지만, 그 전주까지 1명도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위험한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상황이 더 심각해진 뒤에야 미주발 입국자에 대한 후속 조치를 내놓는다면 뒷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연일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 나서는 데는 거북이걸음이다. 앞서 음압격리병상과 마스크 수급 문제를 놓고 비판이 쇄도할 때도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는 사이에 음암병상을 찾지 못해 구급차 이송 도중 숨지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18일 숨진 대구 17세 고등학생 사망도 '마스크 참사'로 보는 시각이 있다.

클럽과 PC방, 노래방 등 젊은 층이 자주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온 지 한 달여가 흘렀지만, 지난 21일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권고 수준의 대책만 나왔을 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에 나서도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역부족이다. 정부가 입버릇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종교 행사에 참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종교시설과 다중이용시설 등의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는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따르는 결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에 코로나19는 지역사회에서 은밀하고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정부의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