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탈리아 인종차별' 분노…한국은 떳떳한가
[기자의 눈] '이탈리아 인종차별' 분노…한국은 떳떳한가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03.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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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2년여 전의 일이다. 국회 정론관에서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었다는 생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눈앞에서 5명의 가족을 잃은 퐁니·퐁넛 마을 학살 생존자 응유옌티탄씨(60)는 한국군이 쏜 총에 남동생을 잃은 사연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 그가 호소한 말 중에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문장이 있다. "왜 한국군은 사과하지 않나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이탈리아 현지에 머물고 있는 유학생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유럽 내 확진자 수 1위 국가에 머물면서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젊은 이탈리아인들에게 욕설과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했다. 기자는 물론,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시간을 조금만 되돌려 코로나19 사태 초기로 가보자.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자 곳곳에서 중국인을 향한 혐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짱깨(중국인을 비하해서 이르는 말)는 미개종족'이라거나 '없어져야 할 나라' 등의 비하 발언이 쏟아졌다.

1월 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에는 76만여명이 공감을 표시했다. 일본 불매운동 당시 확산됐던 '노 재팬(NO JAPAN)'과 같은 '노 차이나(NO CHINA)' 로고도 등장했다. 길에서 중국인을 마주한 이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식당엔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가 붙었다.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유럽 곳곳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을 향한 혐오가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지난 2월 중국인 여성을 상대로 묻지마 폭행이 발생했고, 미국의 여성 래퍼 카디비는 최근 중국을 향해 "Mxxxxx Fxxxxxx CHINA"라고 직설적인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인이 국내 코로나19 전파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기점인 31번 환자 이전에 감염된 30명 중에 외국인이 2차 감염을 확산시킨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31번 환자 이후엔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대규모로 늘어났다.

특히 중국인이 밀집한 지역으로, '서울 내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서울 대림동에서는 지금껏 중국인 확진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혐오는 지금도 여전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짱깨 코로나'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코로나라 하지 말자 우한 or 짱깨 폐렴(바이러스)이 맞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설령 한국 내 최초 감염이 중국인에 의해 퍼졌다고 하더라도 중국 전체를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일찍이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혐오는 특정 집단을 병적이고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부정적 관념과 편견에서 비롯되어 차별을 조장하는 효과를 갖는다"며 "합리적 대처를 늦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증오를 선동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시 돌아와서, 베트남 민간인 학살 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사과를 했을까. 답은 '아무런 반응도 없다'이다. 정부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관심에도 벗어나 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나 조선인 학살 사건에는 분노하고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문제는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3월 21일)은 '인종차별철폐의 날'이다. 타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인 차별에 아파하고 분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날 하루쯤은 스스로 차별과 혐오를 행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