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보니 'n번방 이용자' 현실선 기소돼도 대부분 벌금형 그쳐
판결문 보니 'n번방 이용자' 현실선 기소돼도 대부분 벌금형 그쳐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03.23 0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텔레그램 방에 유포한 일명 'n번방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n번방 이용자들도 함께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동 성착취 동영상 소지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한 사람뿐 아니라 이를 소지한 사람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착취 동영상 소지자 중 85% 처벌 안 받아

경찰은 텔레그램 'n번방의 이용자는 최소 수 천명에서 최대 수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전자 수가 26만 명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제일 많았을 때는 (방 1개에) 1만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쉽지가 않다.

지난해 11월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2146명이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이 가운데 44.8%가 불기소 처분으로 재판도 받지 않고 풀려났고 40%는 소재불명 등으로 수사가 중지됐다.

지난 5년간 아동 성착취 동영상 소지자 가운데 85%가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다.

현행법에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도 이를 소지한 자에 대해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단순히 시청을 한 경우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소지만으로도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처분이 경미하고 아동음란물 소지 자체에 대해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판 넘어가도 성착취 동영상 소지는 벌금형

처벌로 가더라도 처벌수위는 매우 낮다. 최근 아동 성착취 동영상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가 국제 수사망에 적발되면서 해외 범죄자들이 무거운 형벌을 받았지만, 이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23)는 한국 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이라는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월 서울발 기사에서 아동 성착취 동영상 범죄에 대한 한국의 처벌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손씨가 운영하던 사이트 이용자 300여명 중 3분의 2 가량의 한국인들이 벌금형만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과연 '웰컴 투 비디오'에만 해당하는 걸까. 아동 성착취 관련 판결문을 찾아보니 아동 성착취 영상 관련 범죄자들의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올해 1~2월 선고된 아동 성착취 동영상 소지 관련 판결문 15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이 나온 것은 4건, 집행유예는 7건, 벌금형은 4건으로 조사됐다. 판결문 15건 중 3분의 2가 넘는 아동 성착취 동영상 관련 범죄자들이 집행유예나 벌금형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만으로 재판에 넘겨진 2명의 경우는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아동 성착취 동영상 8개를 인터넷 공유프로그램을 이용해 배포한 혐의와 동영상 89개를 소지한 혐의 등 배포와 소지 두 가지 혐의를 받았던 피고인도 벌금 300만원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법정형 낮지 않지만 실체 형량 낮아" 지적

국회입법조사처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윤정,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12월 '다크웹상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규제 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법정형이 그렇게 낮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주요국에 비해 실체 처벌형량이 낮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아동 성착취 동영상을 전송·배포·복사·판매 목적 소지 등을 하면 징역 5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성범죄 전력이 있는 경우 15년 이상, 40년 이하로 형이 2~3배 가량 높아진다. 단순 소지만 하더라도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캐나다와 영국 독일 등도 대부분 촬영, 배포, 전송 등을 하면 5년이나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우리나라도 법상으로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소지만 하더라도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으나 선진국보다 처벌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법원이 아동·청소년 음란물 죄질에 비례한 합리적 양형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법원의 양형기준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