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한국이 ‘G7’에 합류하면
[김수종 칼럼] 한국이 ‘G7’에 합류하면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06.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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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G7'을 개편 확대하여 'G11'으로 만들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좋다”고 맞장구쳤다. 어떤 복안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라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반응으로 읽힌다. 트럼프의 G7 개편 구상은 중국에게 예민한 문제여서 한국 외교가 짊어져야 할 짐도 가볍지 않을 것 같은데, 대통령이 이렇게 명쾌하게 결론을 내린 건 구구한 논란을 막는 효과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30일(미국시간)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발사에 참관하고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안에서 기자들에게 G7개편 구상을 이렇게 풀어놓았다. “G7은 오늘의 세계를 적절히 대변하지 못하는 낡은 국가그룹이다. 우리(G7)는 호주, 인도, 한국을 원한다.” 그는 오는 9월 유엔총회 개막에 즈음하여 G7정상회의를 가질 뜻을 기자들에게 밝히면서 한국, 인도, 호주, 러시아를 초청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올해 G7 의장국은 미국이다.

트럼프의 G7확대 구상은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 ‘서방선진7개국’로 통칭되던 G7은 경제 의제를 많이 다뤘지만 국제 정치의 현안 이슈를 논의하고 합의된 의견을 성명 형식으로 발표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온 것이 상례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기존 7개국 외에 트럼프가 언급한 대로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가 추가되면 ‘G11’이 되고 트럼프-문재인 전화통화에서 논의된 대로 브라질이 들어가면 ‘G12’가 된다. G11이든 G12든 성사가 되면 세계 경제 및 정치를 주름잡는 국가그룹이 될 것이다.

이 그룹에 중국은 없다. 트럼프가 중국문제를 논의하자고 언급하며 중국을 배제한 것이다. 이런 정황을 놓고 세계 언론은 미국의 중국 포위 및 견제전략으로 해석의 초점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반응은 긍정과 부정이 섞여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자주의 수호, 세계 평화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논평하면서도, 중국 견제설과 관련해서는 "중국을 왕따하는 것은 인심을 얻지 못할 것이며 이런 행위는 관련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가시를 달았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는 딜레마를 안을 수 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다. 중국에 철광석 등 자원을 팔아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호주도 중국과의 관계에 민감하지만 문화적으로 또는 지정학적으로 한·중 관계만큼 예민하지는 않다.

한국 호주 인도의 참여에 대한 G7 자체의 반응은 확실치 않으나 부정적인 건 아닌 듯하다.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고, 호주는 서구 문화권에 속한다. 한국은 경제선진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이룬 국가로 올해 코로나바이러스 대처로 얻은 높은 신뢰감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일본이 한국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이지만, 이건 아시아 유일 국가로서의 독점적 지위가 손상된다는 상실감의 발로 정도로 볼 수 있다.

다만 러시아의 참여를 놓고 G7내부에서 반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정부는 “크리미아 반도 침공을 반성하지 않은 러시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독일과 프랑스도 트럼프와 푸틴의 밀착을 탐탁잖게 여기고 있다. 러시아는 소련체제가 붕괴된 후 1994년 G7에 편입됐다가 푸틴 정부가 2014년 크리미아 반도를 병합하자 쫓겨났다. G8이 됐다가 다시 G7으로 환원된 것이다. 이번에 트럼프의 초청을 받은 러시아는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미묘한 G7 내의 국가 관계를 트럼프가 조정할 수 있는지에 G11성사여부가 걸려 있다.

G7은 태생부터 유엔 등 다른 국제기구와는 다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가들의 비공식 국가 모임으로 출발했다. 한마디로 경제와 정치코드가 비슷하며 세계은행-IMF 체제에 기초하여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는 나라들이다. 일본을 제외하면 영어사용이 불편하지 않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2018년 기준으로 보면, 이들 국가의 GDP 총량은 전 세계 국가 GDP의 46%가 넘는다. 세계화로 G7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고, 이들의 방향설정에 따라 세계 경제가 움직여 왔다. G7정상회의는 경제문제뿐 아니라 세계적 이슈가 되는 정치문제도 토의하여 의견을 내는데, 그 영향력은 법적 구속력이 아니라 G7의 권위에 의해 국제사회에 미친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국제질서가 크게 불안정한 상태에서 한국이 트럼프구상에 동조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이로우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게 바로 한국이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할 도전적 국가 과제다. 중국도 G7이 확대되어 G11이 될 경우 일방적으로 반(反)중국 전선을 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망하는 것 같다. 중국 외교부의 논평에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세계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갈등과 협력, 분열과 통합이 반복되는 것이 세계 역사의 교훈이다. 과거 미·소냉전시대와 같이 ‘철의 장막’ 또는 ‘죽의 장막’을 설정하고 국제사회가 극단적으로 양분되어 대결하는 양상이 무작정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이 G11의 멤버가 되는 것은 선진국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며, 국제정치 무대에서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할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상징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위기 극복의 국민정신을 꽃피게 할 수 있는 통합과 예지의 리더십이다. <뉴스1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