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체제 아베 시즌2일까?…"당장 반전 없지만 개선 여지 있어"
스가 체제 아베 시즌2일까?…"당장 반전 없지만 개선 여지 있어"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09.1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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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포스트 아베'로 낙점되면서 한-일 관계의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가 총재는 아베의 '오른팔' '비서실장' 등으로 불려온만큼 당장의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내년 이후 개선의 여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민당은 지난 14일 도쿄도내 호텔에서 중·참 양원 합동 의원총회를 열어 신임 당 총재 경선을 실시한 결과, 스가 장관이 전체 유효표 534표 가운데 377표(약 70.5%)를 얻어 새 총재가 됐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일본에선 원내 제1당 대표가 관례상 총리직을 맡는다. 이에 따라 스가 총재는 16일 소집되는 임시국회 중·참 양원 본회의에서 총리 지명 투표를 거쳐 일본의 제99대 총리로 공식 취임하게 됐다.

7년8개월째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관방장관으로 재임해 왔던 스가 총재는 기존 아베 총리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일단은 기존의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지난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외교는 계속성이 중요하다"며 "(아베 총리와) 상담하면서 가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지난 6일 보도된 산케이신문에서도 한일관계 관련 질문에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이 한일관계의 기본이다" "(한국의)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가겠다"고 답하며 징용 피해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지난해 일본이 우리나라에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핵심소재(불화수소·EUV 포토레지스트·불화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직접적 원인이다. 일본 정부는 징용피해자 등의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 체결과 함께 한국 측에 제공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가 총재가 총리 취임 이후에도 이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수출규제 갈등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스가 총재는 사실상 아베의 비서실장과 다름없다"면서 "일본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스가 총재가 그간의 기조에서 급격하게 터닝하는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도 "스가 장관이 새로운 총리에 취임했지만 기본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한-일 정부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고 여러 쟁점이 얽혀있어 타협점을 찾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람에 따른 변수보다 정책적인 변수가 더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가 총재가 국내적으로 정권을 견고하게 다지는 데 성공한다면 내년쯤에는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양기호 교수는 "일본의 입장에서도 내년 올림픽을 비롯해 외교적으로 신뢰를 다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우리와의 대화 모멘텀은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아베의 외교 방침을 이어가겠다는 발언도 아베의 강점이나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정도로 볼 수 있다.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은 확대해석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도 "스가 총재를 단순히 아베의 비서실장 정도로 보는 것은 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면서 "아베의 그늘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줄 의지와 역량을 가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 초기에는 한일관계를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아베가 해오던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머지않아 내각 총사퇴와 국회 해산을 결심할 것으로 보이고, 이후 총선거에서 이기면 정당성 있는 권력을 얻을 수 있다. 그 시점에서 한국과의 대화,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일 관계에 있어 우리나라 역시 대화의 여지를 열어놓을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정인교 교수는 "한일 외교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도 분명히 있다"면서 "사람이 바뀜으로서 분명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해볼 여지가 있다. 우리도 내부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양 교수 역시 "강제 징용 문제의 경우 양국 정상이 마음만 먹는다면 외교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결국 결단의 문제라고 보고,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가야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