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상법개정안의 소수주주 보호
[김화진 칼럼] 상법개정안의 소수주주 보호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10.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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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를 보면 학교를 졸업하고도 못다한 숙제를 제출하겠다는 모범생을 연상시킨다. 2004년에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하는 이중대표소송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2006년에 참여연대가 입법운동 목록에 넣었으므로 거의 20년 묵은 개혁안이다. 그 사이에 세상이 많이 변해서 큰 효용이 없을 내용이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나 보자.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스튜어드십을 충실히 구현했음을 강조하면서 지난 6월 30일로 2020년 글로벌 주주총회 시즌을 마감하고 9월에 총 92페이지 짜리 보고서를 내놓았다. 블랙록은 지난 1년 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포함 전 세계 16,200개 기업의 주총에서 모두 153,000개 의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블랙록이 회사측 이사후보에 반대한 비율은 8.3%였고 경영진 보수에 대한 반대비율은 무려 16.1%에 이른다. 이사회와 경영진의 지배구조 실무와 기타 경영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총합 37%의 반대율을 보였다. 주주제안의 경우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의안에 각각 6.3%, 6.8%, 17.1% 찬성으로 지지한 것으로 나타난다. 경영진 보수와 지배구조가 2020년 시즌 가장 논란 많았던 문제였음을 알게 해준다.

국내에서도 2016년 말 제정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에 따른 기관들의 적극주의가 점차 강력해지고 있다. 이제는 과거처럼 기관들이 기업들과의 사업적 관계 때문에 지배구조나 경영실적 문제에 소극적이기 어렵다.

또, 지금은 코로나 상황 때문에 조용한 듯하지만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움직임이 잦아들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헤지펀드를 종래와 같이 경원시할 수 없는 이유는 첫째, 스튜어드십 코드로 기관들이 헤지펀드와 보조를 같이할 명분이 생겼고, 둘째, 헤지펀드 자체가 과거의 약탈적 행태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라이언은 아예 사회적 책임을 표방하기도 한다.

트라이언과 P&G 같이 서로 대치하면서도 소통을 통해 접점을 찾아 상생한 사례도 있다. 주총에서 0.0016% 표차가 나왔을 정도로 치열하게 맞붙었지만 서서히 스러져가던 공룡 P&G는 환골탈태 했고 경영진도 교체되지 않았다. 행동주의 ‘덕분’에 최고의 주가를 시현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대명사인 엘리엇은 경쟁력 없는 경영자들은 가차없이 도태시켜야 하고 그럼으로써 자본시장 생태계가 정화되고 진화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저승사자로 불린다. 엘리엇의 연락을 받고 요구 조건이 낭독되는 동안 사형선고를 받는 느낌이라고 한다. 방법도 무자비해서 독일 티센크루프의 경영자들은 심리치료까지 받았다. 회장은 퇴진하면서 엘리엇을 사이코 테러리스트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예의 바른’ 기관들이 악역을 대신해 주는 엘리엇을 지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생각을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성공시켜 자리잡은 사업으로 대대손손 먹고살 생각도 버려야 한다. 헤지펀드가 등장하기 전에 구조개편으로 사업을 나누기도 하고 M&A로 새 동력을 추가하기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장에 새 창업 공간이 생기고 스타도 탄생한다. 시장에 역동성이 살아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헤지펀드의 1차 표적인 이사회가 명실상부한 의사결정기구로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종래의 ‘안정적인’ 지배구조하에서 경영할 생각도 접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 조차 이사회의 신임을 받지 못해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축출된 적이 있다. 우리 기업에서도 향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제 혁신과 실력, 겸손과 윤리경영으로 자본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어떤 지배구조도 안전하지 못하다.

소수주주 보호는 상법의 중요한 이념 중 하나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와 달리 소수주주는 스스로의 판단과 계산에서 자기책임으로 소수자의 지위를 선택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그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계산이 맞아 그대로 있는 경제주체다. 공정하게 대하되 인도주의 이념을 적용할 대상은 아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