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비·웹툰서 '성적 대상화' 지적 '봇물'…'표현의 자유' 우려도
뮤비·웹툰서 '성적 대상화' 지적 '봇물'…'표현의 자유' 우려도
  • 신평택신문
  • 승인 2020.10.11 0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브식 걸스' 뮤직비디오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뮤직비디오와 웹툰 등에서 성적 대상화 지적이 일은 장면이 수정·삭제되면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국민들의 높아진 성인지 감수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콘텐츠 제작자가 마녀사냥을 당하지 않도록 플랫폼 등 유통업계가 책임 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9일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YG는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걸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러스식 걸스'(Lovesick Girls)의 뮤직비디오 일부를 삭제하기로 했다. 뮤직비디오에서 연출된 짧은 치마, 하이힐 등이 실제 간호사 복장과 다르고 간호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웹툰에서도 '성적 대상화' 논란이 불거졌다. 네이버웹툰 '체인지'(작가 장진원)가 여성 캐릭터의 신체 일부를 과도하게 부각하고 성적 대상화 했다는 것이다. 체인지에 대한 독자 항의가 이어지자 장 작가는 사과문을 게시하고 네이버웹툰 측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문제가 지적된 장면은 수정됐다.

 

 

 

 

 

 

 

블랙핑크(YG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간호사 장면 삭제 두고 "성인지 감수성 반영" vs "창작 자유 제한"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YG는 지난 6일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YG는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와 환자가 나오는 장면은 노래 가사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내가 상사병에 걸리면 어떤 의사도 도울 수 없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하루 뒤 YG는 해당 장면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멤버 제니가 간호사 복장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1분 32초부터 1분 36초 사이 5초가량 제니는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의상과 짧은 치마를 입고 흰 모자를 쓴 채 빨간 하이힐도 신었다.

이에 지난 5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입장문을 내고 "헤어캡,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등 현재 간호사의 복장과는 심각하게 동떨어졌으나 코스튬이라는 변명 아래 기존의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고 꼬집었다.

평론가들은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 복장이 부적절했다며 YG의 삭제 조치는 높아진 국민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는 창작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대중들이 문제였지만 문제시되지 않던 과거 관행에 불편해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온라인 소통이 가능해지고 문제를 알리고 공론화하기 적합하게 미디어 환경이 변한 것도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콘텐츠 제작자들을 만나봐도 제일 고민하는 부분이 성인지 감수성 관련한 부분"이라며 "항간에서는 성인지 감수성 관련 부분은 감수(監修)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뮤직비디오 제작자는 성 상품화 의도가 없었다고 본다"며 "간호사가 나온 장면이 짧고 간호사를 표현할 수 있는 '문화 기호'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 그런 식으로 표현됐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해당 장면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블랙핑크가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만큼 간호사 복장을 좀 더 트렌디하게 바꿔서 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웹툰 체인지 수정장면 (트위터 '웹미' 계정 갈무리) © 뉴스1

 

 


◇복학왕·헬퍼·체인지까지 웹툰서 성적 대상화 등 '여혐' 논란

성적 대상화 논란은 단순히 뮤직비디오에만 국한되지 않고 웹툰 등 문화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웹툰 '체인지' 역시 여혐(여성혐오)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체인지는 해외에서 인기를 끌어 국내로 역수입된 작품으로 남성 주인공이 모종의 사건으로 여성이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체인지가 여성의 신체 일부를 과도하게 표현해 성적 대상화 했다고 지적했다. 웹툰 내 여혐 제보를 받는 트위터 계정 '웹미'는 "체인지가 여성의 몸매를 과도하게 부각하며 여성의 신체를 왜곡했고,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비판 없이 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체인지에 대한 독자 항의가 이어지면서 장 작가는 "체인지는 2017년부터 2020년 7월까지 라인웹툰을 통해 연재된 작품으로 성전환을 소재로 다루면서 작품 속 여성 캐릭터를 세심하게 표현해야 했지만 데뷔 작품에서 미숙한 표현으로 독자에게 불편함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네이버웹툰 측도 "(해당 작품은) 완결작으로 연재가 진행 중인 작품은 아니지만, 문제가 되는 장면에 대해 수정이 진행됐고 작가 역시 문제점을 인지하고 사과했다. 향후 작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웹툰 속에서 성적 대상화 등 여혐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삭 작가의 '헬퍼2:킬베로스'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이 나오고, 여성 노인 캐릭터가 잔인하게 고문받는 장면이 등장했다. 작품 속 여성 캐릭터 다수가 성을 대가로 이용되거나 상품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삭 작가는 "능력이 부족해 연출적으로 미흡한 탓에 진심이 제대로 전달 안 됐다"고 사과하면서 웹툰을 휴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안84의 '복학왕'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성상납을 한 것처럼 묘사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혐 논란이 일었다. 기안84는 "부적절한 묘사"라고 사과하고 작품을 수정했지만 한동안 웹툰 연재 중단 요구가 지속됐다.

이에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웹툰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웹툰이 은유나 상징을 통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경우가 많은데 과도한 윤리의식으로 한 가지 해석만 허용한다면 다양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 평론가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에 대해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가가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지 말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국가 기관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웹툰 제공)© 뉴스1

 

 


◇"엔터테인먼트 회사·포털 등 유통업계 책임 강화" 지적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포털 등이 국민들의 높아진 성인지 감수성으로 불거질 수 있는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YG는 "조금도 특정 의도가 없었기에 오랜 시간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면서 이와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웹툰 역시 과거 복학왕·헬퍼 등 웹툰이 여성혐오 논란을 빚어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또다시 비슷한 비판을 받고 해당 장면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엔터테인먼트 회사·포털 등 유통업계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수 평론가는 "유통업계가 창작자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표현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꿔나갈지 합의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식 평론가 역시 "문제가 불거지면 네이버 같은 경우 작가들에게 (재방 방지를 위해) 주지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주지시키는지 공개된 적이 없다"며 "유통하는 쪽도 좀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세부적으로 보완해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외부로 공개되진 않으며 강제성 역시 없다.